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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살인자들/촌철살인칼럼

"죽음의 시대…봄은 준비하는 자의 가슴에서부터"

by bravoey 2009. 1. 23.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철거민 5명이 한번에 죽었다. 불에 타 죽었다. 불길을 피해 건물 4층에서 떨어진 이는 중태다. 철거민들의 농성을 진압하던 경찰 특공대 1명도 죽었다.

2009년 1월 20일, 우리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학살을 목격했다. 철거민들이 옥탑 철탑 옥쇄농성에 돌입한지 겨우 25시간만이었다. 대화로 설득하려는 노력도 포기한 채 새벽 6시, 적을 상대하는 전쟁처럼 군사작전을 펼쳤다. 테러와 같은 중대한 범죄에 투입되어야 할 경찰특공대가 겨우 30여 명 남짓의 철거민들을 진압하는데 투입되었다. 그 작전을 승인한 이는 촛불에 대한 강경진압을 주도했던 현 서울경찰청장이고,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서 차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이다.

속전속결로 철거민들을 해산하면 끝이라고 생각했을까. 분명히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을 인지하였던 경찰이었는데, 경찰 지휘 책임자들은 자신들의 부하들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사지로 내몰았다. 아무런 안전장비도 없는 채. 그렇게 그들은 죽어갔다. 한쪽은 생존권을 위해 마지막 올랐던 망루에서, 한쪽은 생존의 비명소리를 진압하라는 상부의 명령을 수행하다가….

인간의 죽음 앞에서도 몰염치한 저들

사람이 한 번에 6명이나 죽은 참사가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의 내노라하는 이들이나 한나라당의 국회의원들은 합법적인 조치임을 강조하고, 청와대 김은혜 부대변인은 이번 기회에 과격시위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공식 브리핑으로 냈다가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았다. 신지호 의원은 전철연은 반국가단체라면서 이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을 옹호하고 나섰다.

뿐만인가? 신원 확인도 없이, 유가족들에게 통보도 없이, 검찰은 일방적으로 불에 타버린 시신을 부검했다. 유족들이 시신을 확인하자고 요구해도 경찰은 가로막았다. 그 참혹한 앞에서 오열하는 유가족들, 2009년 새해는 이렇게 잔인한 폭력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잔인하게 일깨워주면서 시작하고 있다. 올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폭력 앞에 떨고, 울어야 할까. 참으로 걱정스럽다.

미국에서는 '버럭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했다. 그는 미국이 겪고 있는 위기를 직시하자면서 솔직하게 위기상황을 인정했다. 그리고 "(이번 위기가) 시장을 제대로 감시하지 않을 경우 통제할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 수 있으며, 오로지 부유한 자들만을 위하면 국가는 장기간 번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재삼 일깨워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가 가려는 방향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오바마는 뚜벅뚜벅 걸어갈 것임을 선언했다.

지난 연말과 연초 '입법전쟁'을 치룬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다시 2라운드를 준비한다. 연말연초와 같은, 법안을 무더기로 날치기 처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오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민주당이 지난번처럼 강경하게 반민주, 반인권 악법을 저지하기 위한 강경투쟁에 나설 것인지, 언론노조와 같은 힘이 동원될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간 KBS 이병순 사장은 자신의 취임을 반대했던 사원행동 간부들을 중징계하여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던 KBS노조마저 투쟁에 나서게끔 몰아세우고 있다. YTN도 마찬가지다. 낙하산 사장들이 하는 짓이 이 모양이다. 정부의 나팔수로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이들 때문에 언론노조의 동력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영희 장관도 노동계를 불붙게 하고 있다. 말로만 하던 비정규직 기간연장 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노동계는 당연히 싸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