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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bravoey 2009. 2. 16.
굿나잇, 벤자민 굿나잇, 데이지
이게 제목이 되야하지 않겠냐는 누군가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랬다. 이 영화를 보면서 눈물이 뚝 떨어진 순간은 젊은 몸을 가진 벤자민의 그의 딸을 보고 싶어서 찾아온 그 때였다. 벤자민을 밤에 몰래 찾아온 데이지가 그를 두고 떠나면서 굿나잇, 벤자민 이라고 말했을 때, 어두운 방안에 홀로 남은 벤자민이 나지막하게 굿나잇, 데이지라고 말하던 순간이었다. 쓸쓸하다고 표현하지 않아도 그 공기 속에 배어나오는 쓸쓸함이 참 슬펐다.
사실 벤자민의 시간이 거꾸로 흘렀던 것은 아니다. 다만 반대로 흘러가는 벤자민의 외모가 그의 시간이 거꾸로 간다고 느끼게 했을 뿐이다. 시간의 흐름, 그 성격을 정하는 것은 어쩌면 사람의 생각인지도 모른다. 겉모양이야 어떻든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한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은가. 그 길을 가는 다양한 방식의 일부로서 벤자민 버튼은, 흥미롭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죽어갈 수 없다는 슬픔이 더 그를 쓸쓸하게 만드는 것 같다. 사랑하는 딸과함께 젊어져가는 그 현실이 그를 더 슬프게 만들었다. 내가 죽어가는 길에서 나 또한 그와 비슷한 현실을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슬픔의 생김새는 다르다해도 같은 무게와 질감의 슬픔으로 인생을 살아가지 않을까. 브래드의 멋진 모습이 맘에 들지만, 아마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의 쓸쓸한 인생이 아마 나의 혹은 내 주변의 쓸쓸함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