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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by bravoey 2009. 3. 18.
 아직도 마음이 뜨겁다. 나는 솔직히 아무런 마음의 준비없이, 사전지식없이 할머니들의 혹은 언니들(성매매여성)의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버릇없고 예의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충분히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진정성 없는 마음으로는 만나지도 말하지도 않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나는 위험한 여성들이라는 책에 나오는 여러 사진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송신도 할머니를 만났다. 여성으로서, 그녀의 인생을 조금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다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할머니는 웃으며 운다. 울다가 웃는다. 화내다가 웃고, 긴장하다 웃는다. 마음이 행여 다칠까 여러번 확인하고, 방패를 들었다 놓기를 수백번이다. 매번 지는 싸움에, 마음 다치면서도 다시 할 때마다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다.
'국가'라는 이익집단이 책임지려고 아니 손해보려 하지 않는 치졸한 근성은 여성을 대하는 문제에서 더 강하게 드러난다. 어디 위안부 뿐인가. 한국여성들을 국가권력을 가지고 '이용'한 죄에 대해, 미군을 주둔시키기 위해 위안부처럼 한국의 여성을 이용한 죄에 대해, 지금도 자본의 논리 아래 고통당하는 성매매 여성에 대해 사회적 관념과 통념을 핑계로, 아무 것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국가는 마치 기업과 같이 행동한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이익이 되지 않으니 상관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세상이 주는 가장 치명적인 마약(?)은 잊혀지게 해서 없는 일처럼 속이고 살아가도록 만든다는 사실이다. 드러날 수록 불편하고, 알아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가 더 많이 드러나야 하고, 나도 이런 사실에 대해 더 많이 드러내야 한다. 이런 사실을 방치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뜨겁게 비난하고, 내 안의 자본주의를 반성하는 것도 좋겠다.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하냐고. 영화라도 보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