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을 지금 다시 보니, 지금도 그렇다. 아이쿠, 나폴레옹이라는 돼지,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랑 비슷하네. 복서의 차라리 미련하다 싶은 모습을 보면서 아이고, 저건 내 주변의 지천으로 널린 사람들인가? 그럼 나는 뭐지?
권력과 시민의 모습, 국가주의와 시민사회의 모습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 소설은 원래는 볼셰비키혁명 당시의 러시아를 배경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어떤 시대가 배경이 되었든 공통적인 무언가를 명확하게 짚어내는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무릎을 탁 치게 한다.
해결되지 못한 사건들 - 용산참사, 언론탄압, 미국산쇠고기수입 등-은 끊임없이 숨겨지고 권력은 끊임없는 자본의 유혹을 거절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삶의 행복과는 뒤떨어진 정책 - 운하건설 등- 에 목숨을 걸고 덤빈다. 돼지와 사람이 구분되지 않았다던 소설의 결론처럼 지금 나는 보수든 진보든 무엇이든 우리 편과 우리 편이 아닌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도 정의롭지 못할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의문은 계속된다. 나는 뭐지?
나는 스노볼인가? 아니면 복서인가? 아니면 벤자민? 스퀼러?
혼란스럽다.
하지만 나는 복서가 되길 바란다. 미련해보이지만, 결국 감동을 줄 수 있는 복서가 되길 바란다. 이용당하다 버려져도, 기억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