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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성매매근절 외침

선물-3

by bravoey 2006. 4. 24.
 

내 입에서는 욕이 쉽게 나왔다. 그렇게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속이 참을 수 없이 답답했다. 처음엔 속으로 욕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욕은 점차 입 밖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한 욕을 하게 되었다.  

나는 다방에서 진 빚을 갚기 위해 단란주점에 300만원을 받고 자리를 옮겼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주방이모는 친정엄마처럼 말했다. 거기서는 더 악착같이 해야 할 거라고. 그리고는 아무 말도 않고 내 손을 잡아주었다. 주방이모의 손은 늘 그렇듯 차가웠지만 왠지 마음은 따뜻해지게 했다.

주방이모의 말처럼, 정말 그랬다. 개인시간을 나가서 돈을 못 받을 때에 나는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받을 돈이 적어졌다. 사실은 빚이 늘어나는 것이었지만. 가끔 맞기도 했다. 이상한 요구에 응해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피곤했지만 지각이나 결근을 하면 또 빚이 늘어났기 때문에 악착같이 일어나야 했다. 망가진 몸을 끌고 잠이 들면, 어두운 방 안에서 뭔가가 거세게 나를 누르는 꿈을 꾸었다. 그럴 때마다 주방이모의 차가운 손이 내 뺨을 쳤다. 무표정한 얼굴로 얼른 일어나지 못하겠냐고, 젊은 년이 벌써 지쳤다고 나를 다그치는 것 같았다. 일부러 생각하지 않았던 엄마 얼굴이 떠올랐다. 정말 나도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났다.

계산보는 날이 자꾸 미뤄졌고 사장은 자꾸 밖으로 나도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어느 날, 내게 선불금 외에 200만원의 빚이 늘었으니 갚으라고 독촉하기 시작했다. 독촉은 날로 지독해졌다. 낮손님을 받으라는 요구에 나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해야했다. 몸은 이전보다 더 망가졌고 나는 늘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비면 사장의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마치 내겐 쉴 권리도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마치 처음부터 자기가 내 주인이라도 된 것처럼. 사장의 독촉에 나는 소개쟁이를 통해 다른 지역의 룸살롱으로 가게 되었고 선불금 800만원을 받게 되었다. 그 곳은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싶었지만, 내게 희망이라는 말은 사치스럽게 여겨질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