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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돼지가 있는 교실

by bravoey 2009. 8. 4.
선생님, 삶의 길이는 누가 정하는건가요?
하나짱의 질문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처음엔 함께 키워 잡아먹자고 시작한 돼지사육이 아이들의 인생 최대의 고민이 되었다. P짱을 너무 사랑하게 되었고, P짱을 먹는 것은 자신에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민하고 토론하고 회의하는 아이들의 사랑스럽다 못해 믿음직스럽다.
생명을 마주한다는 것,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얼마나 의미있을까? 작은 돼지에 불과하더라도 이름과 의미를 부여하면서, 생명은 사랑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생명이 주는 추억의 힘이 - P짱과의 축구, 음악시간, 크리스마스까지 - 얼마 예쁜지도 알게 된다.
참 잘 만들었다. 작고 소박하지만 힘있는 이야기, 예쁜 아이들이 잘 만들어낸 것 같다. 특히 아이들이 P짱의 처우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토론하는 장면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전혀 그려지지 않았던 장면이다. 어떤 한 사람의 권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아이들의 의견을 다 듣고 그들이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내가 부모가 된다면 아이와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를 함께 보면서, 그 때 우리가 살아갈 시대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생명이 그 때도 이렇게 하찮은 시대라면, 나는 아이를 낳아야 할까? 인터넷으로 쌍용차 소식을 수시로 보면서 불안해 하는 이런 시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