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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성매매근절 외침

선물-5

by bravoey 2006. 4. 24.
 

추위가 조금 물러간 뒤, 다른 언니들이 룸으로 들어가고 가끔 혼자 남았을 때가 있다. 그 때에 나는 나지막히 외롭다고 말해보았다. 허공에다 하는 얘기였다. 그 말을 듣는 것 또한 허공일 뿐이다. 쓸쓸한 거리에 지나가는 사람들, 나와 눈을 마주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나는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그냥 가끔 몸을 흔든다.

얼마 전에 나간 2차에서 나는 내 몸 어딘가가 많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 가서 종합검진을 받으면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혜선이, 아니 재순언니도 늘 어디가 아프다고 했다. 솔직히 우리가 아프지 않은 곳은 없다. 아픈데, 아프다고 말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전에는 어딜 가고 싶으면 마음대로 나갈 수 있었는데, 이 곳은 아니다. 답답했다. 이 거리 밖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했다. 마담은 늘 더러운 일만 잔뜩인게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 거리의 공기가 가끔 사무치게 그리웠다.

막내언니가 우리도 모르게 사라졌다. 마담과 삼촌은 일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언니는 늘 선불금 이자에 시달렸고 일하고도 몇 푼 받지 못해 마담과 싸우곤 했다. 결국 그렇게 된다. 이 곳에서 돈은 항상 다른 돈을 낳는다. 새끼를 치는 돈 때문에 헉헉거리다가 악순환을 거듭한다. 단지 장소와 상황만이 달라질 뿐이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2차를 나간다. 아픈 몸을 견디지 않으면 안된다. 내 몸 어딘가가 아픈데, 견뎌야 한다. 예전 그 주방이모의 차가운 손이 떠올랐다. 내 이름이 또 생각나지 않았다. 내 위에 올라탄 이 고깃덩어리가 참을 수 없이 힘들었다. 눈을 감았고, 난 깊은 잠에서 도망칠 수 없는 이 곳 생활의 악순환을 꿈꾸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이 곳을 도망치리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