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바쁘시던 김승권 샘이 말복에 삼계죽 해 주셨다. 이 기회를 놓칠새라, 재빨리 날 잡아서 달려갔다. 으하하.
김승권샘은 채식하는 분이라 닭고기를 쓰지 않고 삼계죽을 한다. 삼계죽의 정체는 바로바로바로 콩고기!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주 싫어하는데(가짜고기라고) 담백하니 맛있다.
메론도 먹고, 샘 공부하는 얘기도 듣는 즐거운 오후였다.
<여름철 보양식 삼보죽 만들기>
죽은 보양식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음식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죽을 먹으면 속이 편해지는 이유는 모든 재료들이 하나로 잘 융합된 음식이 죽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팥죽이나 호박죽에 들어가는 새알심은 죽으로 편안해진 마음에 새로운 마음을 갖게 하는 힘을 준다고 한다. 단자라고도 불리우는 새알심은 ‘신념’으로 상징된다. 덧붙여 밤이 가장 길고 깊은 동지에 팥죽을 먹는 이유는 밤이 깊을 수록 더욱 강력한 마음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붉은 곡식인 팥은 태양처럼 밝고 강렬한 마음을 가져다 준다고 한다. 새알심은 찹쌀이나 멥쌀을 익반죽하여 만든다.
죽을 먹을 때는 대부분 소화가 되지 않거나 아플 때인 것은 죽이 보양식으로 기운을 복돋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밥의 경우는 쌀과 물의 비율이 1:2로 한다. 죽의 경우, 물의 비율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뉜다.
쌀과 물의 비율이
1:5의 경우 : 전죽, 보양식
1:7의 경우 : 7부죽, 회복식
1:10의 경우 : 5부죽, 환자식
1:15의 경우 : 미음, 어린아이에게 먹일 때
죽을 끓일 때, 대부분 밑이 눌어붙게 하지 않기 위해 젓는 것이 일반적인데 김승권 회원은 젓지 않고 끓이는 죽이 가장 맛있다고 말한다. 저으며 끓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맛에서 많은 차이가 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밑이 잘 눌어붙지 않는 무쇠솥이나 질그릇에 끓여야 한다. 죽을 끓일 때는 빻지 않은 생쌀을 이용해서 끓이는 것이 좋다.
삼보죽에 들어갈 닭의 정체는 바로 치킨맛 콩고기! 과연 콩고기로 닭죽의 맛이 날까 의문이었는데 만들고 나니 닭고기와 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름지지 않고 담백해 먹기에 부담이 덜했다. 게다가 겉으로 보이는 것은 정말 닭죽과 비슷했다. 죽 안에 들어있는 새알심을 꼭꼭 씹으면서 몸과 마음에 새롭게 불어넣을 ‘신념’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이 그저 먹고 살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료 하나하나의 의미를 생각하며 먹을 때 정말 잘 먹고 잘 살아가기 위한 ‘먹기’가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습관이 자리잡힌다면 어찌 음식을 그저 먹을 수 있을까? 나락 한 알 속에도 우주가 담겼다는 장일순 선생의 말이 생각났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에 의미를 담기란 참 어렵다. 하지만 재료 하나에 담긴 자연의 마음을 생각하고, 의미를 담아내는 그 순간은 아마 우리 삶 속에서 가장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순간이 아닐까?
< 여름나기 보양식 삼보죽>
재료 : 인삼 3뿌리, 황기, 대추 15알, 콩고기, 쌀, 다시마
1. 쌀은 2시간 이상 불려둔다. 콩고기는 1시간동안 불려둔다.
2. 다시마와 황기, 무를 넣고 국물을 낸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다시마는 금방 빼내는 것이 좋다.
3. 대추는 씨만 남기고 살을 발라내고, 인삼은 깨끗이 다듬어 놓는다.
4. 불려둔 콩단백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서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한다. 여기에 천연조미료를 넣어주면 좋다.
5. 다듬어 놓은 인삼을 먹기 좋은 크기로 삼등분 해 둔다.
6. 밑간한 콩고기를 볶아낸 뒤, 불려둔 쌀을 참기름을 넣고 10분 정도 볶아준다.
7. 끓여낸 국물에 볶은 쌀과 다듬어 대추와 인삼, 콩고기를 넣고 끓인다.
8. 새알심은 찹쌀과 멥쌀을 익반죽하여 빚어 끓는 물에 데쳐낸다.
9. 죽은 젓지 않고 끓여내고 쌀이 푹 익으면 새알심을 얹어 낸다.
- 자료제공 : 김승권(채식요리연구가), 정리 :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