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계산이 되기 전에는
나는 비의 말을 새길 줄 알았습니다
내가 측량이 되기 전에는
나는 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해석이 되기 전에는
나는 대지의 말을 받아적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시계가 되기 전에는
이제 이들은 까닭없이 심오해졌습니다
그들의 말은 난해하여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내가 측량된 다음 삶은 터무니없이
난해해졌습니다
내가 계산되기 전엔 바람의 이웃이었습니다
내가 해석되기 전엔 물과 별의 동무였습니다
그들과 말 놓고 살았습니다
나도 그들처럼 소용돌이였습니다
* 백무산시집 『거대한 일상』중 「나도 그들처럼」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