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이 죽일 놈의 4대강사업

by bravoey 2009. 11. 23.
부여 구드레나루에 가본 사람이라면, 금강이 얼마나 예쁜지 안다.
고요한 흐름 속에 누구든 조용히 자기를 내려놓을 것이다.
장원막국수 맛있는 것도 알 것이다.
허허 벌판에 차려진 착공식 현장은 절망이었다. 거기에 피켓을 들어야 하는 우리도 씁쓸했다.

"왜 시민단체가 정부 하는 사업반대하는데 사람을 동원하냐, 촛불 때도 그러더니. 활동가들은 일 안하는가보다"
시민단체의 이런 점 때문에 탈퇴했다던 전 회원의 전화.
촛불 때 시민단체가 사람 모은 줄 안다. 시민단체는 무조건 정부사업반대하는 줄 안다.
촛불 나오고 시민단체 활동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시민단체에서 선동하면 아무 생각없이 따라오는 바보들인줄 안다.
시민단체에 쓴소리 하는 자기는 뭔가 생각있는 사람 인 줄 안다. 그렇게 사시라.

"우리도 할 말 좀 허게 둬!"
반대기자회견을 막으려는 경찰의 방송에 지역주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소리를 지른다.
경찰인지, 앞잡이인지 모를 그 분이 머쓱한지 몇 마디 하고는 사라진다.

착공식 현장 멀찌감치, 나무 아래 한 노인이 앉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그 노인의 뒤로 흐르는 금강.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흐르는 시간, 흐르는 강.
누구도 그것을 막아서는 안된다.

"농촌의 뿌리를 말리는 4대강 사업을 꼭 해야겠냐!"
청양군 김명숙 의원의 규탄발언. 농촌 아이들의 학비를 지원하고, 양로원에 쌀이라도 들여놓을 지방교부세가 이 죽일놈의 4대강 사업으로 점점 줄어든다.
점점 온기를 잃어가는 이 사회를 대변하듯, 이 정권을 대변하듯
차가운 공기가 우리 목소리를 흩어버리는 것 같다.

이 죽일 놈의 4대강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