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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터키

터키여행기③ - 아마시아, 왕들의 도시

by bravoey 2010. 1. 15.

아마시아로 가는 버스에서 한 터키청년이 아마시아에 뭐하러 가느냐는 질문을 했다. 아마시아는 특별한 유적이 많지 않은 작은 도시라 아마 그런 질문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란 사람들이 가보지 않은 곳 일수록 새롭지 않은가! 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곳에 간다해도 사람들의 시선에 따라 그 가치는 새롭게 평가된다. 역사가들의 평가는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다. 역사가 머물다간 흔적에서 여행자 스스로가 감격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들의 평가는 의미가 없다.



아마시아에 도착한 것은 밤이었다.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가 숙소를 잡았다. 그리고 숙소의 커튼을 걷는 순간,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 펼쳐져 있는 석굴왕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흑해로 흐르는 예쉴 으르막(초록빛 강)을 중심으로 도시들이 뻗어있다. 강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도시의 어딜가든 석굴왕묘가 보인다. 그럴싸한 조명도 달아놓아 밤에는 전설 속 도시를 보는 기분도 느껴진다. 이 왕묘는 후에 감옥으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앞에 흐르는 강물과 절벽이 주는 위압감과 지하동굴의 차가움은 무덤보다는 감옥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마시아는 흑해지역에 속해있지만 흑해에서는 직선거리로 약 80km정도 떨어져있는 분지이다. 해발고도 1,000m 정도의 산지를 넘어가야 한다. 작은 소도시로 깔끔하고 안정적인 느낌이다. 아마시아 박물관은 로마-비잔틴-오스만의 지배를 받으면서 바뀐 생활양식과 유적(토기, 동전, 무기, 램프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로마시대의 유물에서 우아한 예술미가 넘쳤다면, 오스만 지배시대로 오면서는 코란과 무기, 실용적인 생활방식이 엿보이는 유물이 많다. 야외정원에는 미라도 전시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모형인 것 같았다.




도시를 관통하고 있는 예쉴 으르막이 정겨웠던 것은 대전을 흐르는 갑천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빡빡한 회색건물 속을 유연히 흐르는 강은, 도시사람들에게는 위로나 다름없다. 숲과 달리 강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머물러 있지 않고 운동하고 있는 그 강을 보면, 게으르지 말아야지, 편한 것에 안주하지 말아야지 마음 먹게 된다. 도시의 활기이자, 진보하는 세상의 에너지가 바로 '흐르는' 강이다.

바다와 달리 강은 그 지역 사람들의 삶과 '관계'를 형성한다. 대전만 해도 갑천에 대한, 유등천에 대한 사람들의 애정이 다르다. 그것은 그 강이 그들의 눈에 보이고,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강을 삶과 '관계'된 것으로 보지 않고는 강을 이해할 수 없다.

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경제적 가치만 강조하는 대통령 때문에 위협을 받고있는 금강이 떠올랐다. 금강에 가서 새들이 쉬는 모습과 물고기들이 뛰는 모습, 노을빛에 물든 금강을 아는 사람일수록 근심은 커진다. 그것은 강에 마음을 주었기 때문이다. 강에 자신의 삶을 담가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연과 살 부비는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조금 더 자연과 살 부비는 것, 그것이 내가 사는 땅에서 개발이라는 거인에 맞서 이길 중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