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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지리산으로 떠나다

by bravoey 2006. 4. 27.
▲ 지리산 운해의 모습(picture by 양국장님)

우여곡절 끝에 떠나는 지리산. 마음은 순례 전구간을 돌고 싶었는데, 역시나 불가능했다.
양국장님이 찍어온 운해 사진 하나로도 아주 많이 기대가 된다.

작년에 갔던 천성산이 생각난다. 처음 떠났던 순례길이었고, 너무 고생한 나머지 매일매일이 고통스러웠지만(조금 오바야~) 그 때 보았던 산의 모습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았다.
푸른 나무들, 다양한 색깔의 벌레들, 투명한 계곡물과 맑은 물소리, 안개빛 돌던 작은 언덕까지.
지리산에서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 가슴이 뛴다.

산에 가면 늘 내 모습에 실망하게 되지만, 절대로 산에 대해 실망하게 되지 않는다.
산 속에서 내가 하는 말은 잔잔히 울려퍼진다. 산이 다 들어준다는 듯, 잔잔히 사라져버린다.
산은 정말 깊고 고요하다.
세상에서 알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수많은 지식들보다 산이 알게 해주는 '앎'의 내용은 참 틀리다.
'빨리'를 외치는 세상과 반대로 산은 '천천히'를 알려준다.
'발전'과 '앞섬'을 말하는 세상과 반대로 산은 '있는 그대로'와 '낮아짐'을 알게 해 준다.
산은 내가 아는 하나님의 모습과 비슷하다.

다시, 산에 간다. 다 내려놓고 간다.
돌아올 때에는 빈마음에 산의 깊이를 가득 담아올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