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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연필과 선생

by bravoey 2010. 11. 23.

책상위를 도그르르 구르는 연필을 보다 덜컥 마음을 놓쳤다.
아직 머리를 다듬지 않은 연필은, 왠지 마음을 설레게 했다. 작은 연필깎기로 머리를 예쁘게 다듬고 누런 여백에 뭔가를 적어내려가면 마음에 사각사각 소리가 새겨진다. 요즘은 왠지 그 소리가 눈물나게 그립다.

천안의 한 학교에서 가난했던 삶을 늘 기억하며 한 정당에 기부했다가 해고당한 한 교사의 이야기가 올라왔다.
그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에서 사각사각 연필로 글씨쓰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고운 마음이 나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고운 마음은 연약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나는 그 교사가 자기가 가졌던 생각과 사랑을 버리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리고 이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마음 쓰려하며, 이 젠장맞을 구조를 바꾸려면 여전히 더 많은 이들의 저항과 희생이 뒤따라야 하는 현실을 고민했다.
내 주변에도 그런 고운 선생님들이 많이 있다. 전교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서 거친 싸움을 하는 고운 선생님들. 고운 마음 때문에 추운 거리에 나서 그 마음을 지키려는.

한 사람의 역사는 상처와 저항의 역사일 수 밖에 없다. 나는 상처없는 사람의 인생은 역사라고 할 수 없다 본다.
마음을 다치고, 어쩔 수 없는 현실의 힘에 밀려본 사람은 저항의 피흘림과 처절함을 이해한다.
나는, 더 피흘리고 처절한 삶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사회는 그런 아픈 진정성을 요구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나부터 더 처절하고 아프기를. 더,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