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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by bravoey 2010. 12. 8.

겨울이 되면 춥고, 이불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피어나는 외로움에 떨다가 가만히 시집을 꺼내든다. 그렇게, 이불 속에서 읽은 시가 얼마나 될까. 트위터에서 읽은 이병률씨의 문장에 끌려 시집을 샀다. 늘 그렇듯, 시집은 사두기만 하고 책장위에 올려둔다. 그리고 외로움이 동할 때, 너 거기 있었냐는듯 아는체를 하며 꺼내 읽는다.
학교 다닐 때, 아니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배울 때부터 시는 내게 상처였다. 나는 문을 두드려도, 시의 언어는 내게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만약 시가 쉬운 언어였다면, 나는 소설이 아닌 시를 선택했을 것이다. 대학때는 시와 관련된 수업은 되도록 듣지 않았다. 나는 상처받기 싫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시의 언어는 내 안에서 저절로 피어났던 것 같다. 그것은 때로는 소설 속에, 내 일기장 속, 내 운동의 현장에서 꽃처럼 피어났다. 나를 모른체 하던 시가, 고개를 들고 나를 아는 체 하려고 했다. 나는 슬픈 마음이었다.
이 시집은 이병률이 문단에 등단하고 처음 나온 시집이라는 것을 다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병률 시집도 그랬다. 아는 체를 하며 꺼냈는데, 시는 나를 모른 체 한다. 괜찮다. 그래도 읽는다. 언젠가 알아주겠지, 계속 건드려본다.
작가의 모습이 묘하게 혼재된 듯 보이는 시 속에서 나는 고독한 한 존재의 모습을 본다. 그것은 나 자신 일수도 있고, 그대 일 수도 있다. 그리고 깨닫게 된 것은 내 인생의 외로움과 상처가 혼재된 틈이었다.

태초에 간격이 있었다. / 그 틈은 좁고 메말랐다.
그 틈에 사람이 살지않아 소리가 났고 /또 한편으로 적막했다
간격이 여러개 있었다. / 간격이 허물어지고 또 헐거워지도록
틈은 자꾸 생겨났다                        - 이병률 시 <틈>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