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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나사의 회전

by bravoey 2011. 1. 11.

나사가 조여드는 긴장감, 그 긴장감은 끝 또는 상쾌함 일 수 있다. 나사의 회전을 읽고 난 후의 긴장감도 그렇게 양분된 표정으로 다가왔다. 나사의 회전은 영국의 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던 젊은 여성이 유령을 목격하면서 그 집에 유령이 나온다고 확신하고, 자신이 돌보는 순진무구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아이들을 유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이다. 결말은 비극.
어느 것이 진실인지 알 수 없다. 작품은 오직 가정교사의 시선으로 말할 뿐,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수 있는 다른 시선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작품을 아쉽게도, 결정적이게도 했다. 단 하나의 시선. 한 여성의 심리를 히스테릭하게 표현하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것이 심리주의 소설인데, 대단한 양반.
그리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이 책의 결점은 역시 번역. 헨리제임스는 뛰어난 문장력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물론 번역체가 그것을 다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도대체 알아먹을 수 없는 문장이 너무나 많았다. 어떤 문장은 두 번은 읽어야 대략 감이 오기도.
오타나 비문도 간간히 보여 조금 언짢기도 했다.
여유가 된다면 원서를 사서 읽어보고 싶다. 짧은 영어실력이지만, 헨리 제임스의 문장력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느껴보려면 그 방법 밖에!
신년들어 읽은 소설들이 모두 '진실'이라는 말을 가리킨다. 하나의 사실은 있지만 진실이 되는 것에는 무수한 시선들이 깔려있다. 각기 다른 믿음으로 바라보는 시선, 그래서 달라지는 사실들, 그렇게 만들어지는 다양한 진실. 내 삶 또한 그런 시선들에 의해 비춰지거나 내 시선 또한 그렇게 다른 삶을 향해 비춰지고 있다. 누구에게 보이는 사실이 나의 사실일 수 있고, 나에게 보여지는 사실이 누군가의 사실일 수 있다. 그것이 조금 혼란스럽다. 시선에 매몰되지 않은 온전한 나만의 진실을 갖고 싶다. 누군가의 인정, 누군가의 동의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믿음 만으로도 꼿꼿한 그런, 나 자신을 갖추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평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