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by bravoey 2011. 5. 11.

전우익 선생의 말은 어렵지 않지만 어렵다.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무심히 내뱉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툭툭 내뱉는다. 그래서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어중간한 태도로 사는 것보다 어떤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편견이나 편협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생기는 자신감이자 주체성이다. 그래서 전우익 선생이 좋다. 옳게 '그 길'을 손가락으로 딱 가리킨다.
봉화에 사는 전우익 선생이 서울로 띄우는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농사짓는 이야기와 세상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겨있다. 특히 주요하게 말하는 노신의 이야기는 그가 생각하는 '민중'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준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자립한 개인으로 서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민중이 피해자의식이 매몰되어 있거나, 세속에 떠밀려 다닌다면 진짜로 변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국민 개개인이 자기 자신을 가져야 한다는 노신의 말을 빗대어 말한다. 제도나 이데올로기가 바뀐 다음이 아니라 사람의 토대가 바뀐 뒤에 변화는 가능하다고. 그런 생각에 이어 전우익 선생은 이런 말을 한다.

조금은 자신의 문제로 삼는다면 민주, 자주란 말을 함부로 벽에 써 붙이지는 못하겠지요. 떨리는 손으로 조심조심 쓸까 말까 망설이면서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지울테지요. 하지만 그게 대외용이고, 자신은 벌써 완전 무결한 민주 투사가 되었으니까, 거침없이 당당하게 버젓이 붙여 놓았구나 싶어서 왠지 무섭고 쓸쓸했습니다.


책 구석구석 생각할만한 말이 많지만 그래도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그리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은 책의 마지막에 쓰여진 '착하게 살기 위해서는 착함을 지키기 위한 독함을 품어야 한다.'는 말이다. 세상이 어쩌다 이런 말이 수긍가기까지 흘러왔는가를 생각한다. 참 어려운 말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