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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책을 읽는 방법

by bravoey 2011. 6. 4.

히라노 게이치로의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슬로리딩이라는 말이 와 닿았고, 일본 작가 중에 은근 존경하는 그이기도 했다. <일식>과 <달>은 지금 읽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슬로리딩은 막연히 천천히 책을 읽는 방법은 아니다. 자세히 읽는다는 개념으로 이해가 됬는데, 핵심은 책을 성과내듯 읽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읽으라는 것이었다. 소설의 경우, 플롯만 허겁지겁 따라가는 읽기가 아니라 숨겨진 복선이나 인물의 행동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작가가 의도한 숨겨진 장치나 이야기를 밝혀내듯 읽자는 의미다. 뒷부분에는 구체적인 작품 내용을 예로 슬로리딩의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플롯이다. 이야기 전개가 나 자신에게 설득이 되도록 쓰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인물은 정형화되고, 문장은 모든 말을 쏟아내기에 바쁘게 쓰는 것이 거의 버릇처럼 굳어버렸는데, 슬로리딩을 접하고 반성을 많이 했다. 첫문장 뿐만 아니라 인물의 행동, 말투, 문장 속 작은 기법들 하나도 독자를 배려하여 위치를 조정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많이 놓치고 써온 것 같다. 어렵다. 그 방법을 잘 모르겠다. 기막힌 복선과 반전. 대학교 때부터 짐처럼 나를 짓누른 그 '기발함과 반전'이라는 요소가 아직도 내게는 너무 어렵다. 수학공식처럼 방법이 딱 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결국 여러 작가의 작품을 잘 읽고 감각으로 깨우쳐 나가는 방법밖에는 수가 없다. 
일에 푹 빠지다 보면 이부자리 옆에 늘 놓은 소설들이 나를 원망하듯 쳐다본다. 그 마음의 짐만 벌써 몇 년을 지고 다니는지. 두 마리를 다 잡아보려 애쓰는데, 결국 나는 하나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마음을 내려놓고 미친듯이 소설만 쓰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날은, 내가 스스로 만들어야 겠지. 나홀로 글쓰기를 향한 파이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