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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내 변방은 어디 갔나

by bravoey 2011. 8. 8.

시인생활 50여년. 시집 여럿. 이보다 더 멋진 프로필이 어디 있을까 싶은, 고은 시인이기에 가능한 프로필로 열어본 그의 시집.
여름휴가가 시작된 첫 날 밤, 조용한 산 속에서 그가 새긴 언어의 소리를 새겨 들었다. <포고>, <다시 은유로>, <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자정무렵>, <함박눈 내리는 날>, <은파에서> 등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은파에서>는 가만히 외워질 정도로 위로가 되는 시였다. 노시인이 말하는 '그대의 반생애 수고 많았네'라는 말은 심장을 툭 치고도 남을 말이었다.
시를 읽을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은 내 삶과 맞닿는 문장을 만날 때다. '말할 줄 모르는 아이야 / 네 언어 이전의 그 미지의 은유 어서 찾아라'(다시 은유로 중), ' 하루를 살아야 한다 / 가장 작은 너 자신으로 살아야 한다 / 그러나 바위의 슬픔으로 / 풀의 기쁨으로 / 하루하루를 노래해야 한다'(그래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 중), '저 구원의 지랄을 여태껏 그만두지 못하고 / 밀물로 오고 / 썰물로 가는 것 좀 봐'(저 그리움 좀 봐 중), '바람 불듯 / 바람에 / 물결 일듯 /저녁 무렵 / 노래 하나 부르듯 살자' (노랫가락 중) 같은 문장을 만날 때 그랬다. 이제는 노을진 저녁같은 기억 속에서 퍼뜩 튀어오르는 추억의 조각이 문장에 퍼즐조각처럼 떠오른다.
가슴이 뛴다. 시의 맥박은 이렇게 사람 속에서 뛰는것 같다. 비슥차다, 불초막심, 둥기둥기, 가탈걸음, 무릉태 걸음과 같은 단어들도 신기했다. 무릉태 걸음의 뜻은 아직도 모르겠다. 푸릇푸릇함은 잘 모르겠다. 고은 시는 이제 맞춰진 결처럼 부드럽고 노을진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여전히 어린 시절, 어느 때에서 멈춰선 듯한 추억의 오래된 비린내가, 그의 시에서 느껴질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