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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에콜로지카

by bravoey 2011. 10. 13.

 정치적 생태주의라는 낯선 말을 접했다. 퇴로의 길을 걷고 있는 자본주의를 넘어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삶과 사회를 바꿀 수 있냐는 질문에 앙드레 고르는 그 낯선 단어를 제시한다.
 탈성장은 살아남기 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는 그의 말처럼 기후변화는 이제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고, 생존하기 위해 더 이상 성장만을 부르짖을 수 없다. 지금과는 다른 경제, 다른 생활방식, 다른 문명의 필요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그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귀 기울이고 관심을 갖는 이가 많지 않다. 그저 멈춰야 한다는 질문과 그래도 아직 괜찮다는 낙관론 사이에서 물음표만을 던질 뿐이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전이 노동자들이 생산과 소비자로서 분리된 것으로부터 시작해 생산자로서 자기가 생산할 양, 생산에 소비할 시간을 스스로가 아닌 고용자에 의해 결정되고, 임금을 받고 소비하기 위해 다시 조작된 소비문화에 길들여지면서 시작되었다면 그 퇴조는 정보화로 인한 무상영역의 확대, 한 개인이 생산과 소비에 있어 주체적으로 변해가면서 균열이 일어났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퇴장이 필연적으로 내포하는 바는, 자본이 소비에 대해 행사하는 장악력으로부터, 또 생산수단의 독점으로부터 우리가 해방된다는 사실이다. (41p)


저자는 노동에 대해서도 ‘상품으로 취급되는 노동, 즉 고용은 노동을 구조적으로 자본과 동질적인 것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최고 목표가 임금이 되는, ’돈 벌기‘라는 수단으로 자본과 노동자가 공범이 되는 상황을 설명한다. 노동자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 자의식 없이 그저 맹목적으로 ‘돈’ 버는 일이라는 생각에 삶의 기쁨과 의지를 그 ‘돈’으로 산 다른 것들에 두는, 어떻게 보면 헛된 짓을 하고 사는 것은 아닌지를 생각했다.

각 챕터마다 줄을 그을만한 모든 말들을 제치고, 가슴에 닿는 하나의 질문은 "우리는 살면서 무엇하기를 바라고, 우리 인생을 갖고 무엇 하기를 욕망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이다.

저자가 에콜로지카를 완성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완성하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앞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산다는 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무엇인가를 소비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과 그에 따라오는 욕망을 알고 건강하게 행동하며 살기 위함이 아닐까.(아내의 죽음을 뒤따른 그의 삶도 그런 질문에 부합하는 것이었을까?)

자꾸 잊게 되는 질문을 꺼내보게 했던 에콜로지카, 오랜만에 별점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