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최고의 드라마 별그대가 하던 어제 저녁, 다른 채널에서는 <세살의 행복한 기억>이라는 다큐가 했던 모양이다. 뒤늦게 알고 오늘 들어가 프로그램을 보니 세살까지 엄마가 키워야 애가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아이의 미래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다. 아이 가진 엄마들이면 누구나 다 들어본 말일거다. 세살까지는 엄마가 키워야 해. 처음 휴직하고 만난 한 지인은 1년 있다 복직하려 한다는 내 말을 듣고, 환경운동 하는 사람이 애 세살까지 키우고 와야한다며 내게 말했었다.
사실 일하는 엄마일 나에게 가장 무서운 말도 이 말이다. 세 살까지는 키워야 한다는 말. 아마 아이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러 가야하는 엄마들에게 모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자주 가던 엄마들 카페에 들어가보니 이 프로그램을 보고 안도하는 엄마들은 집에서 아이보는 엄마들이었다. 내 선택이 옳았다며 안도하는 엄마들. 다시 흔들리는 내 마음은 그거였다. 내 욕심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게 아닐까, 아이가 잘못 되면 어떡하지. 하지만 아이 3년 키우고 나서 여성이 복귀하는 것, (정규직) 직업을 가지게 되는 건 어렵다. 아이가 둘 이라면? 임신기간까지 하면 거의 10년이다. 돈 벌려고 하는 것 말고 삶에 대해 고민하며 흔들린다.
약간 화나는 부분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건 엄마가 아니라 부모인데 방송이나 사람들은 대부분 엄마를 지칭한다. 엄마가 교육하고, 엄마가 밥 주고, 엄마가 잘못한 것처럼 운다. 아빠는 마치 주변인처럼 비춰진다. 주체가 아니라 조력자처럼. 우는 엄마가 이제 일 그만두고 아이를 잘 볼 수 있도록 돈 열심히 벌고 집에 와서 육아를 '도와'주는 사람처럼 말이다. 한국사회의 분위기라는 아주 좋은 이유가 있지만 내겐 핑계로만 느껴진다.
엄마에게만 허락된 1년간의 육아휴직, 아빠는 쓸 수 없는 무용지물의 육아휴직. 출산한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남편은 출산휴가 고작 3일. 육아휴직 기간에 받을 수 있는 국가지원은 최저임금 수준도 되지 않는다. 출산휴가 기간에 국가지원 135만원 외에 회사에서 줘야 할 급여를 받기가 어려워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엄마도 많다. 아기 키우고 사회로 복귀? 애 둘 키우면 10년이다. 쉽지 않다.
육아는 부모의 공동책임 될 수 있도록 뒷받침 해 줄 사회제도는 미흡하고, 부모의 역할은 그에 따라 불균형하다.
세 살까지 키우는 건 모든 엄마, 아빠의 바램일 것이다. 세살이 뭐야, 계속 키우면야 좋지. 아이가 행복하다면야. 하지만 내 삶이 행복해야 아이를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 아이의 행복, 나의 행복 이 두가지 숙제를 함께 풀 수 있도록 사회적 제도가 뒷받침 되어준다면 좋겠다. 애 한 명에 20만원 주는 그런 수준 낮은 정책 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아, 열폭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