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표정한 빌 머레이 하나만으로 영화는 이미 다 보여준 듯 하다.
19살이 된 자신의 아들이 있다는 익명의 편지를 받은 저 돈 존스톤의 표정이란!
옛 여인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거나, 아들을 향한 애타는 마음이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옆집 친구인 윈스턴에게 떠 밀리듯 옛 여인들을 만나러 떠났고, 가서도 누가 아들의 엄마인지 애써 찾으려는 집요함도 없다.
과거는 지나간 것이고, 미래는 올 것이니 남은 건 현재 뿐이라는 그의 말처럼
그는 과거의 연인에 대한 후회도 없고, 찾아올지도 모르는 아들에 대한 준비도 없다.
거실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 잠드는 현재를 방해받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다.
가끔 이디오피아 재즈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여기에 서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의 현재와
사랑해서 결혼을 한 사람들의 현재, 헤어진 사람들의 현재를 본다.
빌 머레이의 무표정이 공감이 된다.
나도 내가 봐온 사람들과 비슷한 선택을 할 것이고, 그 사람들의 현재와 비슷한 현재를 가질 날이 올테니까.
그 때 나는 드라마처럼 굴곡있는 표정을 지을 자신이 없다.
그저 빌 머레이처럼 무표정하게 현재를 살아갈 것 같다.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몫이니까, 그러지 않을까 싶다.
다만 죽은 옛 연인의 무덤앞에서 눈물 지을 줄 아는 마음은 가지고, 그렇게 살아가야겠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