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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인정을 거부하기

by bravoey 2018. 11. 16.

가끔 아직 '사람의 인정'에 마음이 휘둘리는 내 모습을 본다. 사실 삼십대 초반, 상담과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그것을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하늘하늘거리는 커튼 뒤로 그 감정이 그림자를 드리울 때가 있다. 그래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폭식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맥주 한 캔 정도로 털어낼 줄도 안다.

내가 이만큼 해 온 것에 대한 자부심은 크지 않아도, 시간에 비례해 마음에 쌓인 자랑스러움이 있다. 모르는 것이 더 많고, 하는 일이 엉망진창 내 멋대로 인 듯 보여도 잘 해왔다고 여기며 꼰대만큼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난다. 그만큼이면 되었다고 생각하며 산다.

그 놈의 인정이 도대체 뭘까 싶은 순간도 많다. 보여주고 싶고, 해내고 싶은 그 저변에 깔린 다른이의 눈. 이만큼이면 되었다 생각하는 나보다 더 강력한 그 다른이의 눈. 그 커튼 뒤 그림자 같은 감정이 아직도 나는 밉다. 그냥 내가 하는 것 만큼만 해내며 살아도 괜찮을 삶이면 좋겠다. 다른 이의 눈 때문에 나 자신을 애써 바꾸려고 하고 내가 했던 행동들을 후회하며 폭식하는 악순환은 이제 그만.

이렇게 글로 써서 털어내자. 적어도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줄 아는 여성으로, 엄마로, 친구로, 언니로, 활동가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쓸모없는가 고민하기보다 앞서 더 잘하는 방법을 나름 내 속도로 찾아가는 그런 사람으로 살기 위해 또 글을 쓰며 이렇게 털어내보자.

그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