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obled times encourage meditation.
(어지러운 시절은 생각을 깊이하도록 만든다)
- 레이몽 아론(Raymond Aron)
근래들어 정신없이 읽었던 책이다. 버스에서, 길에서 틈만나면 펴들고 읽었다. 읽으면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정말이지, 전쟁의 극악함을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었다.
국제분쟁전문기자인 김재명씨가 쓴 이 책은 세계의 분쟁지역을 다니며 쓴 취재기록이 담겨져 있다. 중동지역을 비롯해 쿠바,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미국, 코소보등 언젠가 뉴스에서 들어보았던 국가들의 전쟁에 얽힌 사연들을 자세히 읽어볼 수 있었다. 더더욱 마음에 와 닿은 것은 김재명씨가 철저하게 약자의 입장에서 전쟁을 바라보았다는 점이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인상을 찌뿌리게 만들 정도로 잔혹하다. 내전으로 땅에 묻어둔 지뢰 때문에 팔다리가 잘린 아이들과 농민들, 여성들. 전쟁이 가져다 준 결과였다. 전쟁을 일으킨 자들은 결코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다. 그들은 살아있고, 또 살아있어서 전쟁 끝에 남은 자들을 죽이고 또 죽인다.
더 절박했던 것은 팔다리가 잘린 그들을 또 한 번 죽이는 것은 그들 삶에 남은 분노와 좌절이라는 것이다. 육신이 멀쩡해도 그들은 분노와 좌절 때문에 또 다른 폭력을 선택한다. 그것의 한 형태가 바로 테러이다. 테러는 복수이다.
힘을 겨루기위해 벌어지는 전쟁은 힘을 바라는 자들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고 계속 복수를 생산할 것이다. 그런 전쟁은 장엄한 서사시나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민초들의 눈물과 고통, 피를 남긴다. 이런 현대사회를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적으로 영구평화가 불가능하다면, 나는 차라리 평화를 기원하기 보다는 아득한 절망속에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소수자와 약자, 못 가진자들의 정의가 승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쪽을 택하겠다'
이 어지러운 시대를 사는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아가야 할까. 차라리 저자처럼 평화가 없거든 약자들이 이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할까, 가만히 박혀 기도하며 살아가야 할까, 당장 뛰어나가 세계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할까.
살아가는 일과 어지러운 시대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당장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 나와 당장 매일 전쟁에 시달리는 나라들은 나의 삶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그 간격을 좁힐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민해야 한다.
단지 떨어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그런 내전을 겪지 않고 살기에
이 시대를 지나치기에는 너무 어지럽고 슬프다.
'우리'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