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의 인터뷰가 실려서 구입해두고 최근에야 다 읽게 되었다. 의외로 재미난 인물이 많이 실려있었다는 게, 책을 잘 샀다고 느끼게 해 주었다.
가장 재미있었던 인터뷰는 하종강 씨였다. 노동운동에서 활발한 강의와 상담을 펼치고 있으면서도, 직접 노동운동판에 뛰어가 몸을 날리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부채감등이 살에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특히 요전 FTA집회를 보면서 이 인터뷰가 제일 많이 떠올랐다.
가장 아리송한 인터뷰는 유시민 씨.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은 유시민 씨는 인터뷰를 읽어봐도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말을 잘 가지고 논다는 것, 정도는 알 것 같다.
7명 모두 한국사회에 대한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나는 과연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이 시대를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해 준 책이다.
책의 내용은 아래와 같으니, 혹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세요!
-진정한 아나키스트 박노자…나는 모든 지배와 권위에 반대한다
아나키즘은 결코 극단적인 폭력주의나 반도덕주의 따위를 지향하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지배와 권위에 반대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자치공동체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추구한다.
-다름을 인정하는 개인주의자 이우일…다 싫어, 다 싫어, 다 싫어, 이건 좋아!
이우일의 선은, 말하자면 주위의 여백을 향해 이렇게 외치는 느낌이다. 다 싫어, 다 싫어, 다 싫어, 이건 좋아! 그리고 스윽, 자신의 길을 달려온 느낌이 그 선에는 자명하게 배어 있다.
-낭만주의를 포기한 낭만주의자 유시민…정치는 왜 꿀꿀해야 하지?
내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서도 그렇고, 열린우리당의 젊은 의원들에 비해서도 나는 덜 심각하다. 나는 정치가 너무 꿀꿀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쿨하게 바꾸고 싶다. 아무리 딱딱한 정치라지만 좀 쿨하게 못하나?
-광대의 철학자 진중권…나는 고상함 대신 장바닥에서 싸움질을 마다하지 않겠다
인터넷에서 일개(?) 네티즌과 쪽글 싸움을 벌이기도 하는 그는 “고상한 철학 대신 장바닥에서 싸움질을 마다하지 않는 광대의 철학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많은 사안에 대해서 발언하고, 그 발언은 대체로 정확하고 신랄하다.
-유연한 사회주의자 노회찬…대중의 호감을 위하여 나의 정체를 숨기지 않겠다
사회주의자, 한국에서는 빨갱이란 말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대중의 지지나 호감을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정체를 숨기거나 왜곡하지 않겠다는 그는 당당하게 자신이 사회주의자임을 밝히고, 주은래와 호치민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노동자 세상을 꿈꾸는 인도주의자 하종강…노동자는 선이고 노동 운동은 사회에 유익하다
그의 강연에는 자신이 직접 겪은 생생한 현실과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다. 노동자들과 함께해 온 20년의 세월, 그래서 그의 강의 교재는 어떤 체계적인 지식이나 이론이 아니라 하종강 그 자신이다.
-타인을 부끄럽게 하는 좌파 김규항…자본주의를 넘어서지 않고는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모든 사람이 신념과 원칙에 가득 차 살기를 바라는 몽상가는 아니다. 나는 단지 사람들이 제가 사는 세상의 얼개쯤은 알고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는 수구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라는 것쯤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