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 한마디로 '강간'이다"
- 프레시안, 문정현 신부와의 인터뷰 중에서
프레시안 : 하지만 이른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면 한미관계도 변화해 미군기지 확장 반대 운동도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운하를 판다고 하는가 하면 교육 등 사회 전 영역에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는 상황이다.
문정현 : 한 마디로 크게 잘못 돼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민중은 굉장히 맹목적이다. 경제, 한미동맹, 그냥 확 쏠린다. 언뜻 보면 '경제 논리'만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으니 확 쏠려서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된 건데 나는 시간 문제라고 본다. 지금 방향에 대해 '이거 아닌데'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경제 논리만을 가지고 어떻게 사나. 사람답게 사는 것이라야 사는 것이지. 가지고 누리는 것만으로 사람이 사는 게 아니다.
한미관계도 그렇고. 동맹이란 사람으로 인정 받는 가운데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가면서 공정하게 해야하는 것 아닌가. 종속도 좋다는 건가? 대한민국을 팔아서 한 주로 만들어버리지 무슨 동맹인가.
영어 이야기가 자주 나오던데, 문화가 무엇인가. 생존하기 위한 방법이고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지형, 문화에 따라 언어도 쓰게 되는 것이다.
영어가 붐이라지만 (기자들이 가리키며) 귀하들도 너무 늦었다. 영어로 감정을 표현하기엔 너무 늦었다. 머리에 '드라이브'가 있다고 치면 어려서부터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머리 속에 '한국, 영어' 드라이브가 두개라 접속하는 대로 되는 것이고, 다 큰 사람들은 방이 하나인데 한글도 넣고 영어도 집어넣고 하니 두개가 충돌이 일어나서 안 되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도 있지만 95%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맹목적으로 영어만 추종하면 우리 것도, 영어도 병신된다. 우리의 정체성이 뭐냐는 데서 생각해야 할이다. 걱정되는 일이다.
하지만 내가 유신 독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지만 18년 만에 저절로 무너졌다. 지금? 다들 문제라고 하지만 유신독재보다 독하지 않다. 문제는 '아니면 아니고, 그렇다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자기 존재를 가지고 사는 것이 행복 추구다. 그렇지 않고 먹고 사는 데만 신경 쓰면 개, 돼지와 다를 게 무엇인가. 짐승 비하가 아니라 그보다 나은 삶이라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다른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당장 경부운하를 착공할 것으로 보여 걱정들이 많다.
문정현 : 기술이 자꾸 향상이 되니 사람들이 하지 말아야 할 것까지 자꾸 하게 된다. 포클레인으로 길을 파고 산을 무너뜨리고 말이야. 비행기를 타고 상공에서 보면 파헤치지 않은 곳이 없다. 지금도 과한데, 대운하? 나는 오래전부터 '자연이 화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나는 '강간'에 비유하고 싶다. 자연엔 은밀한 곳도 있는 건데 완력으로 껍데기를 벗겨버리고 하고 싶은대로 누리고. 강간을 당하는 여성 못지 않게 자연의 한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거 분명이 무슨 일 난다.
또 이 땅 산천은 인간의 문화를 담고 있는 것 아니냐. 파면 어디서나 문화유산이 나온다. 하나하나가 인간의 발자취다. 이런 것을 무시하는 동네가 뭐가 잘 되겠나. 전국토를 강으로 연결시킨다? 이건 강간이다. 완전 강간이다. 무슨 재앙이 올지 모른다.
그리고 경제 논리를 내세우던데, 곰곰히 생각해봐야 한다. 결국 그 이야기는 지금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포클레인 같은 장비들. 그것이 놀지 않고 돌아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이야기 아니냐. 그러면 그렇게 대운하를 판다고 치자. 그럼 대운하 파고 나면 그것들이 쉬면 되나? 더 해야 할 것 아니냐. 언제까지 인간의 욕심을 채울 것이냐는 이야기다. 혹여 이명박 시대 동안 그런 기계들도 돌고, 돈도 돌면 경제발전이 됐다, 그럴 수 있겠지. 그러나 그건 눈가림 밖에 안되는 거다. 큰 일 날 일이지.
기후 변화는 무섭지 않나? 산천이라는 것은 역사와 시간의 흐름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시골 마당에서도 물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처마에서 떨어지면 그 물이 스스로 내려가기 좋은 곳으로 골을 만들어서 배수가 되는 것인데 인간이 그것을 막으면 그냥 부엌으로 들어가게 된다. 물길은 인간이 과학적으로 어떻게 풀 수 없을만큼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진 것이라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강줄기가 이렇게 흐르는 걸 저렇게 바꾼다? 무슨 재앙을 당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 뭐,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거지.
인간이라면, 절제를 해야한다. 가지고 있다고 무절제하게 쓰는 게 인간이 아니다. 쓸 만큼 쓰고 나눌 만큼 나누고 도와줘야 하는 거지, 어디까지나 자기 욕심만 채우는 건 그냥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이다. 지금 까는 것만 봐도 무서운데, 이미 과하다. 이미 과해.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에 합류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문정현 : MD, 오래전부터 있었던 이야기지. 평택만 봐도 알 수 있듯 이제 과거의 주한미군과는 전혀 다른 미군이다. 이것은 지구촌의 군사 시스템이고 군산 공군기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아비아노 공항에서, 독일에서, 괌과 하와이에서, 알래스카에서 날아와 이곳으로 온다. 지구의 이쪽에서 저쪽으로 움직이는 연습을 하는 거고, 인공위성 띄워서 지대공, 해대공, 공대공으로 어디서 날아오는 거 떨어뜨린다는 것 아니냐. 그럼, 미국만 개발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가만히 있나? 우주항공, 러시아가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틈바구니에서 죽을 수밖에 없는 거다. 우리는 이걸 막아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