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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아름다운 지구인

차와 이혼한 여자, 자전거달력을 만나다

by bravoey 2008. 12. 11.

얼마전에 이혼했다. 그 결정은 오랫동안 심사숙고 한 끝에 이루어졌다.
생활은... 아주 많이 불편하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러 나갈 때면,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퇴근해서 집에 들어갈 때가 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들어가는 길은 얼마나 추울까.
텅빈 집은 또 얼마나 나를 춥게 할까. 안 그래도 겨울인데, 우리의 이혼은 정말 나를 힘들게 한다.

오늘 아침도 나는 어김없이 아파트 앞에 세워져 있는 내 트랜스포머 프라이드 베타를 바라본다.
혹시 잘 타지 않아서 고장나진 않았을까? 부동액도 넣어주고, 타이어도 갈아주어야 하는데.
차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면 흘러나오던 노랫소리, 따뜻한 히터바람 쐬며 출퇴근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아, 추워!
기름값은 떨어졌지만, 지갑은 궁색하고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로 인해 괴로워하던 나는 과감하게 차를 버렸다. 소심한지라 차를 어디다 버리지는 못하고, 집에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아침이면 나를 데리러 오는 711번 김기사(혹은 박기사) 아저씨의 멋진 드라이빙 솜씨 덕분에 버스에서 춤을 춰대지만 뭐 어떠랴, 오늘도 난 지구를 지킨다. 대중교통으로!


직장에서는 '내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버스타고 다니겠다'고 소문이 나서, 원더걸스 못지 않은 관심을 받고 있는 터였다. 결혼도 안한 내가 차와의 이혼으로 어두운 포스를 내뿜으며 다닐 때, 직장동료 미스고가 환하게 웃으면서 내게 건네준 것이 있다. 


 
 - 이혼녀 : 엥, 이게 뭐야? 자전거 달력? 어, 얘도 지구를 구하네?
 - 미스고 : 네, 팀장님! 차 안타고 다니시잖아요, 자전거 타시라구요.
 - 이혼녀 : 야, 안그래도 추워죽갔는데 자전거를 어드렇게 타라구! 지구를 구하려다 내가 죽갔다, 나 시집도 안 갔다고.
 - 미스고 : 에이, 아직 그렇게 안 추워요. 저도 타고 다니는데 괜찮던데요~ 지구온난화를 막는데는 자전거가 짱!
 - 이혼녀 : 헉! 그렇긴 하지... 근데 이거 예쁘다, 어떻게 쓰는 거야~ 그냥 벽에 걸어놔?
 - 미스고 : 어, 아니예요. 사용설명서가 요기 앞에 있어요.



 
- 이혼녀 : 자전거 탄 날만 체크하면 되는겨? 오~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 저감량?
 - 미스고 : 팀장님이 자전거 타니까 얘네들(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이 이만큼 줄었다고 계산도 할 수 있어요. 확실하죠!
 - 이혼녀 : 계산은 어떻게 하는데!
 - 미스고 : 계산기로 두들겨서요, 이렇게 내가 자전거를 이만큼 타면, 이 거리를 차로 갔을 때의 배출량을 계산할 수 있어요.
                그런데 팀장님이 차 안타고 이만큼 자전거로 갔으면, 그만큼 대기오염을 덜 시킨 거잖아요.



 
 - 이혼녀 : 오~ 친절하게 달력에 설명도 되어있네! 이거 나 공짜로 주는거야?
 - 미스고 : 네, 저도 공짜로 받았어요. 또 받을거예요. 막 받아서 친구들 보내주려구요.
 - 이혼녀 : 어디서 주는겨, 이거 너 가져. 나도 새거 받아서 쓸려.
 - 미스고 : 대전충남녹색연합이라는 환경단체에서요. 전화번호는 042-253-3241, 이리로 전화해서 보내달라고 하면 되요.
 - 이혼녀 : 오, 알았어. 내 이혼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아니지... 이것으로 나는 진정한 지구인으로 다시 태어나리라.
                달력 안에도 자전거와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있는데? 이거 1년 보고 있으면 꿈에서도 자전거 타것다, 야.
 - 미스고 : 자전거 타면 혹시 알아요, 지나가는 멋진 남성과....
 - 이혼녀 : 좋았어, 당장 자전거 사러 간다! (신랑감 구하러) 비행기타고 우즈벡 가는 것보다 낫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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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이혼하고 나는 자전거 달력을 만났고, 자전거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안 그래도 우울한 솔로생활, 우아한 자전거 달력으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우아한 지구인으로 다시 태어나는거다.
그래서 '누가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요!' 하면 '나, 자전거 타는 여자야~'하면서 내가 줄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시하리라.
산뜻한 연두색을 보면 자전거를 타고 싶은 욕구가 끓어오른다. 오오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우아한 지구생활을 꿈꾸는가!
자전거 달력을 만나보라, 자전거를 만나보라.
(자전거교 탄생하겠네, 참말로..)



* 이 글은 픽션입니다.^^ 신청은 대전충남녹색연합 생태도시국 미스고(고지현 간사)를 찾아주세요.
  이 달력은 대전충남녹색연합과 한국가스공사 충청지사가 함께 만들었습니다.
  전화 042-253-3241   이메일 daejeon@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