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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토일렛(Toilet)

by bravoey 2010. 12. 27.

카모메 식당의 담백한 감동을 좋아한다면, 토일렛도 강력추천한다.
늘 같은 색 셔츠와 바지를 입고 정적만이 감도는 연구실에 출근하여 그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묵묵히 일만 하는 레이.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그에게 공황장애인 형 모리와 제멋대로인 여동생 리사,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깊은 한숨을 내쉬는 수상한 할머니가 짐처럼 남겨진다. 설상가상 혼자 살던 아파트에 불이 나고,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가족의 의미를 깨닫는 내용이다.
토일렛의 장점은 소품이었다. 가족이 사는 집에 작은 소품들과 텔레비전, 재봉틀 하다못해 레이가 사온 스시, 할머니가 굽는 군만두, 형인 모리가 만드는 치마까지 너무 감각적이어서 눈이 즐거울 정도였다. 일상과는 이질감을 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토일렛의 장점은 음악에도 있다. 특히 모리가 연주하는 베토벤과 리스트 곡들은 영화 속 인물들의 긴장감을 해소해주는 첫번째 변화였다. 인물들이 두리번거리지 않고, 앞을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축포였다고나 할까.
토일렛의 중심인물은 역시 할머니인 모타이 마사코. 세 남매의 다양한 개성을 하나로 모아주는 중심축 역할을 한다. 그녀의 대사는 모리, 쿨 두 마디였음에도 세 남매를 이해하고 감싸주는 캐릭터를 굳건하게 보여주었다. 카모메에서 보여주었던 그런 따뜻함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레이가 할머니의 흔적을 비데에 빠트리는 장면은 익살스러운 마무리였다. 
마지막으로 약간 아쉬웠던 것은, 재봉틀이나 오래된 텔레비전, 군만두 등은 일본이 아니더라도 한국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인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 담백한 영화가 생산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민족과 가족의 상처, 역사, 연애나 섹스가 아닌 이런 담백하고 철없는 예술이 담긴 영화를, 이제 우리도 만들 줄 알았으면 좋겠다. 시나리오나 한 번 써볼까, 쩝.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