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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골든슬럼버

by bravoey 2011. 1. 3.

2010년의 가는 끝을 잡고 꼼짝않고 읽었던 작품. 읽는 내내 감탄사를 내뱉게 했다. 잘 짜여진 추리소설을 보는 기분, 오랫만이었다. 군더더기 없는 상황설정, 반전까지,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소설이었다.
기본줄거리는 총리살해범 용의자로 지목된 아오야기 마사하루,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경찰과 그저 도망쳐야 하는 아오야기와 그 주변인물들을 통해 통제당하는 한 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권력이 가진 음모의 다양한 형태들도 제시되기도 한다.
 골든슬럼버의 장점은 골든슬럼버라는 작품이 최고의 재미를 뽑아낼 수 있는 전제 속으로 독자를 유입시키는 능력이다. 세상 모든 이가 주인공인 아오야기를 속이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무기가 <습관과 신뢰>임을 끊임없이 말한다.그리고 독자가 그것을 납득하도록 만든다. 정말이지, 깔끔했다.
 두번째 장점도 있다. 평범한 개인이 보이지 않는 권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당할 때, 그 보이지 않는 권력의 균열을 만드는 것이 바로 평범한 개인들이라는 사실이다. 그 움직임은 숨겨지지도 않고, 거대하지도 않다. 그 균열의 코드는 바로 '추억'이다. 그것도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코드들. 그 코드에 숨겨진 의미는 진심 혹은 감동이다. 그것만큼은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서 느껴지는 개인으로서의 쾌감이 있었다. 골든슬럼버가 멋진 작품인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본다.
결국 마사하루는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것이 살아남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그가 살아있음을 알지만, 서로 아는 체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들을 이어주는 것은 추억의 코드 뿐. 그게 살아있는 걸까. 그렇게라도 살아있는 것이 결국 아오야기가 할 수 있는 복수였을까.
영화로도 나와 있다고 했는데,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다, 사실 영화보다 이사카 코타로를 한 번 보고 싶다. 그는 뭐가 달라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는 것인지!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