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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3월의 눈

by bravoey 2011. 3. 16.
1.

아침에 일어나면서 나는 '내 마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래, 내 마음.
나 자신을 흔드는 것의 정체는 분명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성급하든 아니든 문제는 대상이 아니다. 그 대상은 나에게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난 대상의 의도를 모르겠고, 모르고 싶은 건 긍정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 답답함, 이 우울함.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에 따라 대상도 달리보이고, 내가 할 일도 달라진다. 내 적은 내 마음이다. 지금은 명백한 적이다. 나를 괴롭게 하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적.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는 그, 내 마음. 내가 내 마음에게 지면, 나는 대상에게도 지게 된다.
지고 싶지 않다.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거나, 지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마주쳐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얼개를 이어가고 싶다. 그 주도권을 내가 아닌 대상에게 둔다면, 나는 이미 진 것이다. 

대상에서 시선을 거두고 내 마음으로 시선을 두어야 한다. 내 마음이 정말 행복한 방법을 찾고 그대로 하고 싶다.  

2.

사무실 대청소를 하고 자리배치를 다시 했다. 구석 창가자리로 옮기게 되었는데, 자꾸 창밖의 일들에 관심을 갖게 된다.  햇빛이 얼굴을 드러냈다가, 감추는 일과 멀리 점집 깃발이 흔들리는 모양새까지- 이전까지는 등 뒤에 있던 일들이 이제 내 옆으로 투명하다. 새로운 자리, 누군가 여기에 둘 화분을 하나 주었으면. 정성스럽게, 그 마음을 돌볼 수 있는.

3.

오늘은 눈이 왔다. 햇빛이 늘어선 자리 사이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았다. 하나, 둘 아주 조용하게.
그 눈 사이로, 조용한 목소리가 마음에 한음절, 두음절 내려앉았다.
당신에게 눈이 온다고 말할 수 있어서 괜찮은 하루였다. 아니, 사실은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