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얀 연습장을 몇 분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써보겠다고 펴들었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왜 쓰는가.
이 질문만이 머리에 뱅글뱅글 돌았다. 그 질문에 나는 삶으로 대답해 왔다고, 매년 소설을 쓰고 내면서 그 답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시간에도 나는 왜 쓰느냐고 나에게 묻고 있다.
내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와 함께 숨쉬는 인물들이 있다. 아직 형태가 구체적이지 않은 이들은 머릿속을 뛰어다니며 이야기줄을 이어간다. 어느 때는 내 손을 잡아끄는 것 같다가도, 내가 막상 손을 잡으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 질문, 내가 왜 써야되?,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들은 사라진다. 미칠 노릇이다.
2.
집에 도착하면 스탠드를 켜고 소설책을 펴든다. 활자들이 춤추듯 흔들리고 내 눈은 어지럽다.
초등학교 때 내 낙은 책 읽기 였다.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과 폭력적인 상황, 사랑받지 못한 아픔을 외면하고 싶어서 소공자, 소공녀, 키다리아저씨로 시작해 장발장까지 세계명작을 수시로 읽어대고 수많은 위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여기에서 꺼내달라고. 이 현실에서 옮겨갈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매일 일기를 썼고, 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말을 잃었다. 말하지 않고 그저 읽었다. 필요가 없었다. 나는 작은 아이였다.
활자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멀고 아름다웠다. 내가 돌아가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말 힘들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이지만, 그 속에서 읽었던 작품들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여전히 아름다운 나의 세계.
지금, 그 세계가 그립다. 지금의 나는 차라리 현실을 잊고 뛰어들어가고픈 아름다운 활자의 세계가 아니라
잡아먹고 해치워야 할 듯 활자들의 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하지 않은 악의로 활자들을 바라본다.
활자들은 나를 반기지 않는다.
3.
쓰고싶다.
단지 쓰고 싶을 뿐이다.
하얀 연습장을 몇 분이나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써보겠다고 펴들었는데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나는 왜 쓰는가.
이 질문만이 머리에 뱅글뱅글 돌았다. 그 질문에 나는 삶으로 대답해 왔다고, 매년 소설을 쓰고 내면서 그 답을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이 시간에도 나는 왜 쓰느냐고 나에게 묻고 있다.
내가 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답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와 함께 숨쉬는 인물들이 있다. 아직 형태가 구체적이지 않은 이들은 머릿속을 뛰어다니며 이야기줄을 이어간다. 어느 때는 내 손을 잡아끄는 것 같다가도, 내가 막상 손을 잡으면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진다.
그 질문, 내가 왜 써야되?, 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그들은 사라진다. 미칠 노릇이다.
2.
집에 도착하면 스탠드를 켜고 소설책을 펴든다. 활자들이 춤추듯 흔들리고 내 눈은 어지럽다.
초등학교 때 내 낙은 책 읽기 였다. 어린 시절 겪었던 가난과 폭력적인 상황, 사랑받지 못한 아픔을 외면하고 싶어서 소공자, 소공녀, 키다리아저씨로 시작해 장발장까지 세계명작을 수시로 읽어대고 수많은 위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여기에서 꺼내달라고. 이 현실에서 옮겨갈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고. 매일 일기를 썼고, 늘 칭찬을 받았다. 그리고 나는 말을 잃었다. 말하지 않고 그저 읽었다. 필요가 없었다. 나는 작은 아이였다.
활자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별처럼 멀고 아름다웠다. 내가 돌아가야 할 자리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정말 힘들어서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린시절이지만, 그 속에서 읽었던 작품들은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여전히 아름다운 나의 세계.
지금, 그 세계가 그립다. 지금의 나는 차라리 현실을 잊고 뛰어들어가고픈 아름다운 활자의 세계가 아니라
잡아먹고 해치워야 할 듯 활자들의 춤을 바라보고 있다. 순수하지 않은 악의로 활자들을 바라본다.
활자들은 나를 반기지 않는다.
3.
쓰고싶다.
단지 쓰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