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후배활동가와 밥을 먹다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려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그 말을 지껄이는 나를 보며 조금 한심했다.
이 세상 누구보다 두려움을 겪고 싶지 않아하는 게 누군데, 하는 생각.
나는 두려움 속으로 '밀려'들어가지 결코 내 발로 밀고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밀려'들어가봤더니 그랬던 것 뿐이다.
세상에 '두려움'만큼 끔찍한 것이 없다.
나는 매일매일 두렵다. 그 두려움이 지겨울 정도다.
정말이지, 두려운 건 두려운 거다.
2.
해결되지 않는 몇 가지 일이 있다.
짝사랑과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는 소설쓰기와 무작정 가면 되는 건지 싶은 운동.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까봐 두렵다 여기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막연한 두려움만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래전에 결론은 나 있었지만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것,
치열하게 해 보지도 않고 지레 포기해 버렸던 것,
멈춰설 때 멈춰서면 되는데 그냥 걱정되는 것.
막연한 두려움은 자기를 궁색하게 만든다. 더 투명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과감하게 손을 뻗어야 한다.
3.
그리움이라는 뭉툭함이 목구멍을 텅텅 쳐올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감정은 분명 미련이리라.
뭐, 떠나니까 거기서 생각해보자.
떠나니까, 볼 수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