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고, 모든 것을 지나칠 수 있는 원인모를 상처에 기인한 주인공의 외로움과 무관심의 시선은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을 하나로 묶어낸다. 전도사와 이맘, 터키인과 그리스인, 대머리 군인과 맹랑한 녀석 모두 다 그렇다. 상처받은 사람들,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 그래서 서로 부대끼며 자기 말을 떠들어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손홍규씨는 문장을 추수하는 사람같이 고르게 걸러냈다. 잘 익은 문장들이 손에 툭툭 떨어지는 듯하다.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 단정한 문장력의 힘을 본다.
소설을 읽고 나면 물음은 모두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서 너는 뭘 어떻게 써낼 것이냐. 이제는 그 질문을 하는 것조차 힘겹다. 피하는 것도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뭘하고 있는 거냐고 다시 반문하면서, 하산아저씨의 다정한 말을 듣고 싶다.
"아이야,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지금 우리와 함께 살아 있는 자들 가운데 백 년 뒤에도 이곳에서 숨 쉴 자는 단 한 명도 없단다. 우리 모두 이 아름다운 하늘과 땅과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이곳을 떠나야 하는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