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花
얼마전 꽃다발 몇 개를 떠맡게 되어 집에 가져왔다. 원래 살아있는 무엇인가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터라, 더더군다나 꽃다발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지라 괜히 집에 가져왔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워낙 덩어리가 커서 꽃을 종류별로 다듬어서 되지도 않는 꽃병에 꽃아두었다. 화장실에 장미, 전자렌지 위에 국화, 방에는 카네이션과 이름모를 꽃들. 밤에는 왠지 그것들의 숨소리, 죽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꽃들은 남은 봉우리를 피우기도 하고, 말라가기도 하며 '살아'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오거나,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서서 그것들을 보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살아있는 것의 묘한 기운이란. 잎사귀 하나에 맺힌 숨 이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더욱 활짝 피는 그것들을 보면 '숨'이란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의 해와 어제의 해가 다르지 않다. 살아있다는 生에는 죽는다, 희생한다는 의미도 함께 들어있다. 삶은 또한 죽음이다. 묘한 일이다. 그 꽃들이 내게 그것을 가르쳐준다. 2012년의 오늘을 사는 것이 참 묘하다고.
好不好
나이가 들수록 극명해지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좀 더 세분화되는 것 같다. 만국공통의 호불호야, 나한테 득이되면 좋은 것이고 아니면 싫은 것이겠지만 요즘엔 딱히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
그냥 싫은 게 있다. 특히 싫은 것은 모든 것이 '자기'로 귀결되는 대화이다. 나도 그런다. 그걸 깨닫고 나면 입을 닫아야 할텐데 주책없이 왜 이럴까 한심하기 짝이없다. 그런데 남이 하는 건 왜 그렇게 싫은걸까. 이유도 없고 뜻도 없이 그냥 싫은 사람도 많고, 이런 나도 그냥 싫고. 그런데 싫은 것을 좋은 척하고는 못살겠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싫다'고 말해야지. 푸하하.
NO PLAN
매년 계획을 세웠었다. 뭔가 해보자고. 내가 해보자고 세운 계획들은 정말 제대로 된 적은 몇 개 없었다. 오히려 그 계획 어쩌나 고민고민. 작년부터 그랬는데, 계획은 다 쓸데없다. 계획이 없었어도 인생은 충분히 버라이어티했고 신났다. 올해도 그럴 것이다. 살아가기도 벅찬데 뭘 또 해. 계획, 웃기고 있네. 무계획으로 살아보면 인생이 얼마나 계획적으로 흘러가는지 보인다. 사는 게 그냥 사는 게 아니다. 흐름, 나는 그 흐름을 믿고 간다. 내가 계획하지 않아도 뭔가 계획된 듯 흘러가는 그 흐름에 푹 빠져서 팔이나 저으면서 게으르게.
뭐가 그렇게 자신있냐면, 아마 나는 이렇게 말하고도 틈틈히 뭔가를 꾸며내고 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 즉흥적인 성격, 버려지지도 않고 버릴 생각도 없고. 더 즉흥적으로 살아. 이 때 아니면 언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