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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실/인권

열정씨의 운수 좋은 날

by bravoey 2007. 6. 22.

2월의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어깨를 짓누른다. 바람 끝이 차고 습한 걸 보니 눈이라도 한바탕 몰아칠 기세다.

“오늘 날씨가 좋아야 하는데 말이에요.”

열정 씨는 시동을 켜면서 뒷좌석에 앉은 방씨 아저씨를 향해 구원의 대답이라도 얻으려는 듯 말을 건넨다.

“오늘 또 데모가? 일하는 날이면서?”
“일 하면서도 하는 거죠. 한미 FTA도 큰 일이구요. 오늘은 국방부 앞에서 농성도 있어요. 에스피아이(SPI)라구 한대요. 미국하고 한국 정부하고 지들끼리 모여서 평택에 미군기지 만들고 6천억원이 넘는 세금 거저 주고 받는 그런 회의를 한대서 항의집회를 해요. 아저씨도 그놈들 하는 짓 잘 아시잖아요. 저야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는 거지만 하루 종일 집회해야 하는데, 눈발이라도 날리면 거기 계신 분들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안 그래요, 아저씨? 허허”
“그러면서 나는 뭐 하러 병원까지 데려다 준다고 해, 안 그래도 바쁜 사람이……. 이렇게 신세가 많아서…….”


지난 2월 8일 국방부 앞에서는 한미안보정책구상에 반대하는 하루 농성에 참여했습니다. 평택미군기지확장과 방위비분담금 등 불평등한 한미군사동맹에 대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모여 밀실회의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허세욱 열사가 그 농성에 참여해 피켓시위를 했다는 것을 열사가 분신하고 난 후에 알았습니다. 이 글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허세욱 열사를 주인공 삼아 만들어 낸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 지난 2월 8일 SPI에 반대하며 국방부 앞 하루 농성에 참여했던 허세욱 열사
<출처;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홈페이지>


- [김정아의 인권이야기]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