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보다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등을 많이 접하다 보니 속독(속히 읽기만 함)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몇 달동안 끙끙대면서 읽고 있는 책을 오랫만에 폈는데 술렁술렁 읽고 있는 나를 발견, 깜짝 놀랐다. 원래도 꼼꼼히 정독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정도로 대충 읽고 넘기진 않았는데 말이다. 같은 페이지를 세 번 읽다가 결국 처음 장으로 넘어가 다시 읽어오니 두 시간을 꼬박 읽고 있었다. 이제 한 챕더만 남은 어려운 책. 얼른 읽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쉽게 손에 들지 못하고 있다.
2.
소식지와 홈페이지 등에 몰두하고, 이런 저런 잡일에 시간을 뺏기다 보니 대략적인 글쓰기에 익숙해져 버렸다. 디테일이 거의 무너진 상태라고 느껴진다. 사실 일도 마찬가지. 내가 운동을 하고 있는지, 사무를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현재의 심정이다. 전에는 이런저런 토론회도 쫓아다니고 자료도 열심히 뽑아 봤는데, 요즘에는 뽑아놓은 자료 속에서 고민만 하고 있는 나를 본다. 사실 이제 고민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다. 내년이면 연차로 5년차요, 경력으로 4년이다. 도대체 내가 무슨 운동을 했냐 묻는다면 그야말로 할 말이 없다. 저는 24권의 소식지를 만들었고, 100명의 회원데이터를 입력했고 프로젝트 사업 5개쯤을 수행했습니다, 라고 말하며 환경운동을 했다고 말하기엔 너무 부끄럽지 않을까. 아직도 선택하지 못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게으름뱅이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직 기초적인 자세도 갖추지 못한 운동가로,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는 '지역'에서 일하는 '지역대학' 출신의 '평범한' 교육을 받고 자란 '보통'두뇌의 인간이다. 이것은 자기비하가 아니다. 현실을 잊지 않으려는 되새김질이다. 그런 내가 운동가로 제대로 크기 위해서 터지고 굴러야 한다는 것이다.
3.
가끔 사람의 마음을 모를 때가 많다. 한없이 사람이 낯설어서 뭔가 예전처럼 말할 수가 없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마냥 다 괜찮고, 좋다는 표현들이 두렵게 느껴진다. 내가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 정확하게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누구든.
日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