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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글들/습작

헤어졌을 때 찾지 말아야 할 것과 잃지 말아야 할 것

by bravoey 2006. 4. 26.


<남자의 이야기>

"헤어졌다며?"


이제 주변에서 이런 말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위로의 말들.

그 속에서 나는 진실하게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말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설사 떠난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 할지라도

그것은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찾을 것은 위로가 아니었다.

내가 찾을 것은 예전의 내 모습이었다.

할 일 없이 거리를 걷다가 어딘가에 박혀 눈물을 감추는 것을 버리고

슬픈 음악을 찾아들으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도

아주 가끔 떠난 그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는 것도

그 모습을 눈에서 그리는 것도

다 잃어야하고


내가 찾아야 할 것은

떠난 그 사람이 내게 오기 전,

그 때의 내 모습이었다.


그 때의 내 모습을 찾을 때 비로소

나는 진실하게 내 자신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의 내 모습이야말로

내 사랑의 처음 자세를 되찾아 줄 것이다.




<여자의 이야기>


"헤어졌다며?"


나는 요즘 헤어졌을 때 찾지 말아야 할 것이

사람이라는 것, 그것도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매번 같은 표정에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나는 내 모습이 너무 우습다.

아무도 내게 위로를 주지 못한다.

설사 떠난 그 사람이 돌아온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위로가 될 수 없다.


아침에 일어나

간밤에 걸려온 전화가 없었는 지 확인하는 버릇과

집 앞에 누군가 서 있기를 바라는 것과

스팸메일함에 내가 아는 이름이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것

주변을 자세히 둘러보는 것을

그만 두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그 사람을 찾아서는 안된다.


나는 잃지 말아야 한다.

헤어지고 난 뒤의 나의 모습을, 힘들지만 버텨야 하는 내 모습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난 다시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야 난 다시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보지 않을 수 있다.

다부지게 먹은 이 마음과 느낌, 생각을 절대로 잃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지금 내 모습을 기억하려 한다.

돌아선 그 사람의 뒷모습을 머릿속에 각인시킨다.

다시는 사랑 따위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 라디오방송드라마에 나가면 어떨까 싶어서 끄적거려 본 것.

  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글이므로 스크랩, 복사 하지 마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