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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56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빔벤더스아자씨의 다큐를 보고 있자면 졸음이 무지막지하게 쏟아진다. '더 블루스'도 그랬다. 극장에서 무진장 졸면서 봤던 게 기억난다. 졸면서도 느끼는 건, 저노무 음악이 귀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나이가 한참 드신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주인공들은 일단 '이름없음'에 매력이 넘친다. 노래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말 잘 부르는가 싶어서 말이다. 잘 들어보면 뛰어나지는 않다. 그러면 뛰어난 노래솜씨란 무얼까? 해답은 이 영화속에 있는 것 같다. '즐겁게 노래하는 솜씨'가 바로 뛰어난 노래솜씨라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부자도 아니고, 청춘도 아니지만 부르는 노래 속에 삶의 행복과 기쁨, 깊이가 녹아있다. 노래는 '기술'이 아닌 '삶'이 되어 그들 자신을 보여준다. 그렇게 느낀 뒤, 노래를 들으니 기가 .. 2007. 3. 15.
워터스 우울하고 비관적인 젊음이 아니라 신선하고 낙관적인 젊음이 그려져서 좋았다. 뭔가 공식에 맞춘듯한 스토리전개가 약간 걸리긴 했지만. 그냥 재밌게 보고 넘길라치면 볼만함. 2007. 2. 11.
가을로 지루하지 않을까 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던 영화. 스토리도 무난했고, 배우들의 연기도 딱 맞았던 것 같다. 정말 가을에 보면 좋을 영화다. 잔잔한 멜로에 기막힌 가을풍경도 괜찮았다. 유지태의 수수한 모습과 매력있는 김지수 커플의 모습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것. 아직 그런 일을 당해보지 않아서 그 마음을 알 것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비슷하게나마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다. 잘생긴 배우의 눈물로는 표현될 수 없는 답답한 무언가가 목과 가슴을 졸라매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정도로 슬픈, 그런 느낌이 아닐까. 아,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그대도 없지만서도. 흐흐. 2007. 1. 21.
오래된 정원 이미 황석영의 소설을 통해서 감명깊게 읽은 바 있어 아주 기대를 많이 했던 영화였다. 더구나 지진희와 염정아라니! 하지만 기대에 비해 그렇게 잘 만들었다고 여겨지는 영화는 아니었다. 책을 본 사람들은 언뜻 이해할 수 있겠지만, 보지 않은 사람들이 볼 때는 인물의 깊은 내면까지 읽어내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특히 현우 역의 지진희는 캐릭터를 완전히 소화하지 못해, 어중띠게 느껴졌다. 반면 윤희 역의 염정아는 마치 소설 속 윤희처럼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 그래서 윤희의 캐릭터는 이해하기 쉽지만, 정작 중요한 현우를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또 초반부에 장면전환이 여러번 되면서 알뜰한 여운을 남기는가 싶더니 후반부에는 너무 잦아 사람을 아리송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의 중심을 두 사람의 로맨스에 맞추던가, 그 .. 2007. 1. 9.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뻔하고 뻔한 요즘 멜로를 보면서 사랑을 생각하기에는 참 나이가 들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참 와 닿았다. 한석규와 김지수의 연기는 두 말할 나위 없이 좋았고, 작은 약국과 동대문 시장은 영화로 몰입하기에 딱 알맞았다. 현실이라는 무게 때문에 누군가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누군가가 의지하는 것이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에게 사랑을 시작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사랑을 시작해도 쉬이 마음을 터놓지 못하고, 용기를 내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생기는 오해가 결국 사랑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산 위에서 형과 찍은 사진을 통해, 수유초등학교의 즐거운 나의 집을 통해 조금씩 용기를 내기 시작하는 결말은 정말 행복했다. 삶의 멜로는, 멋진 배우들의 비현실적인 공간에서의 사랑이 아니다. .. 2006. 12. 3.
호텔 르완다 오랫만에 만난 직아자씨와 함께 본 영화. 1994년 르완다 수도 키갈리에서 후투와 투치라는 두 부족의 대립으로 빚어진 내전을 배경으로 그려진 영화이다. 르완다의 최고급 호텔 ‘밀 콜린스’의 호텔 지배인인 폴 루세사바기나(돈 치들)은 대통령이 암살당하면서 잔혹한 학살의 도시로 변해버린 르완다에서, 가족과 차마 버릴 수 없었던 1,268명의 이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최근에 읽은 내전에 관한 책 때문인지,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이 익숙하게 느껴졌다. #.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내전으로 호텔 밖은 온통 학살이 이어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폴은 유엔군과 유럽연합군의 도움을 구하지만, 그들은 결국 도와주지 않고 자기 나라의 사람들만 빼내고 모른척 한다. 르완다의 고아를 돌보던 신부도, 수녀도 르완다에 남지 않.. 2006. 10. 29.
이웃집 야마다군 이웃집 야마다군난 정말이지 이런 만화가 너무 좋다.ㅜ.ㅜ 지루하다던 김간사님의 평을 무릎쓰고 극장에 가서 보았다. 같이 보러간 오군이 재미없음 2만대 맞으라고 했는데 다행히 재밌었는지, 안 때렸다. 인터넷에 나온 평대로 평범한 4컷만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약간 지루하지만 간간히 터져나오는 평범하고 엉뚱한 야마다네 식구들이 너무 재미있었다. 평범에 평범을 더하는 일상이지만 재미나게 살아가는 모습은 만화 속 이야기는 아니다. 엉뚱하고 재미나게 살아가는 가족들이 얼마든지 많을 테니까. 거실에 작은 텔레비전을 두고 그 앞에 이불을 깔고 누워서 토닥이는 그런 가족. 나도 어서 그런 가족을 갖고 싶다! 2006. 9. 24.
천하장사마돈나 여자가 되고 싶은 한 소년의 심리라는 것이 무겁다고 치면 엄청난 무게인데, 그 무게를 유쾌하게 그려내면서도 고민을 놓치지는 않는 괜찮은 영화였다. 하고 많은 운동중에 씨름이라는 영화를 택한 것도 재치있었고 등장하는 캐릭터가 너무 다양, 독특했다. 많이 웃으면서도 가슴 한 쪽이 찡했던 것은 그냥 자신답게 살고 싶은 동구의 욕망이 안쓰러워서 였다. 만약 내가 나중에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의 성을 바꾸고 싶어한다면 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가슴이 묵직해졌다. 내가 동구를 보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없어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주변에 동구와 같은 인물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웃다가도 한 숨을 쉬었을지도 모른다. 떡볶이를 먹으며 자신은 씨름에 소질이 없다던 덩치.. 2006. 9. 13.
시간 김기덕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의 영화가 대단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잊혀지지 않을 영화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거다. 애인과 2년이나 만나서 몸도, 얼굴도 지겨워진거라고 성형수술을 하고 나타난 여자와 그 남자. 시간앞에서 남자는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하는지, 아닌지를 알 수가 없었다. 새롭게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지만, 사랑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여자가 사라진 여자친구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남자는 괴로워하며 자신도 성형수술을 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그 여자 앞에 나타나기 위해서. 하지만 두 사람 모두가 찾는 것은 예전의 자신들의 모습이었고, 자신들의 사랑이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뒤에서 도사리고 있는 시간의 냄새를 났다... 2006.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