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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요르단

Jordan-31. ③ 와디무집

by bravoey 2011. 2. 11.


 와디무집은 아르논강과 사해가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요르단의 자연보호지역이자, 멋진 바위들 사이로 트래킹을 할 수 있다는 설레임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와디무집은 암만에서 아카바 방향으로 난 도로를 타고 가면 된다. 암만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지, 일단 빠져나오면 도로타기는 무척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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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내가 운전하는 날. 봄이의 훌륭한 가이드로 요르단 시내를 빠져나와 고속도로로 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 가다보니 넓은 사해가 오른편으로 펼쳐지는데, 얼마나 환상적이던지! 사해는 푸르고 넓은 지중해 같았다. 사해는 오늘의 코스가 아니라 그냥 멀리서 감상!

 사해를 지나 1시간을 넘게 달리자 와디무집 브릿지가 보이고, 그 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으로 들어서야 와디무집 트래킹 센터에 닿을 수 있다. 트래킹 예약은 이 곳에서 한다. 코스는 이지코스와 익사이팅 코스. 익사이팅의 악명(?)은 이미 들은 바가 있어서, 우리는 이지코스를 선택했다. (1인 12JD) 이지코스는 가이드 없이 우리끼리 가면 된다는 말에 허걱. 봄이와 구명조끼 하나만 의지한채 그 거친 계곡길을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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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이라고, 나는 정말이지 그렇게 거친 계곡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첫 난관은 바위오르기. 세상에나, 발디딜 틈도 없고 계곡물이 세차게 떨어지는 그 바위에 달린 봉도 다 떨어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바위 앞에서 서성이다가 봄이랑 거의 기어가다시피 바위를 올랐다. 시작에 불과했다. 로프에 의지해서 다시 바위 타고, 맨몸으로 바위에 기어오르고, 장난 아니었다. 우리 앞에는 구명조끼도 없이 네 명의 유럽청년이 가고 있었는데, 걔네는 뭔 재주로 이걸 다 올랐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거대한 절벽아래를 걷는 그 기분은 정말 짜릿했다. 마치 인디아나 존스라도 된 것 같은 기분. 목숨을 걸고 트래킹을 했다는 말이다. 이지코스의 마지막, 폭포 아래에 다다르자 다리가 풀려서 스르르 강가에 누워버렸다. 폭포의 굉음에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폭포에 등마사지 받아봐야 한다는 말에 다가갔지만 죽을 것 같았다. 저 물살에 맞았다간 뼈도 못 추릴 것 같았는데, 비행기값을 생각하며 왁하고 들어가 맞았다. 눈을 뜨지 못했다. 어찌나 세게 떨어지는지. 그 와중에 사진은 찍겠다고 브이를 그려가매 서 있었다는. 점심으로 싸온 주먹밥을 먹으며 저질체력을 원망할 뿐.
그 거센 폭포에 줄 하나만 의지해서 내려오는 익스트림코스 참가자들을 보면서, 학을 뗐다. 어디를 갔다가 오는지 그 높은 폭포 아래로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으메, 겁도 없는 사람들.
나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거의 물길에 미끄러지듯 쓸려 내려오다가 만난 마지막 고비. 진퇴양난의 급류지역이었다. 새봄이가 아무 말 없이 급류에 몸을 맡겨 떠내려 가는데, 영영 못 볼 줄 알았다. 봄이가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내려오라 한다. 지지배, 난 시집도 안 갔는데.... 겁많은 나도 목숨을 걸고 급류에 몸을 맡겼다. 뒈지는 줄 알았다. 물 왕창 먹고, 허우적대며 봄이를 찾았다. 울 뻔했다. 나오고 나니 재밌는 이 느낌. 우리가 다시 트래킹센터에 도착하자 어느샌가 도착한 네 유럽청년들. 멋진 몸매 자랑하며 햇빛에 서 있는데, 행복했다. 우리가 들어간 게 10시였는데 나오니 3시정도가 되었다.
여자 둘이서 그 험한 곳을 가다니. 우리 참 대단했다. 다시 데드씨하이웨이를 따라서 암만을 향하면서 봄이와 급류에서 죽을 뻔한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 두 충청도 여자들의 말없는 급류타기. 우린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