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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용의자 X의 헌신

by bravoey 2011. 6. 28.




올해 초 <모방범>을 읽었을 때도 느꼈지만, 일본추리소설은 범행동기가 무척 단순하다. 복잡한 사건들을 다루다보니 동기에 더 깊은 의미를 두기는 어려웠던 걸까, 아니면 동기에 대한 의미는 독자에게 맡기는걸까. 개인적으로 '동기'에 대한 부분은 많이 아쉽니다. 이 소설도 안 어울리는 '순정'이 범행동기(?)여서 마지막에 피식 웃어버렸지만 플롯은 수학공식처럼 명료하고 깨끗해 괜찮았다. 
일본추리소설이 사람을 잡아끄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런 단순한 동기와 깔끔한 플롯, 의외의 캐릭터와 단문이 강점인 것 같다. 긴 문장은 일단 흡입력이 떨어지니까. 캐릭터는 일본영화든, 소설이든 보여지는 강점 중의 강점.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발굴해내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순정적인 천재수학자라니. 옆집 여성의 순간의 이미지를 가지고 자기 모든 것을 던지는 천재수학자라니. 뭔가 말이 안되면서도, 그럴듯한게 내가 늙었나보다.
소설은 이성의 영역 너머라도 생각해왔는데, 막상 이성의 영역에 어떤 소설을 입력시키면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 스스로도 그런 글을 쓰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나는 내 소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일지도.
재미있는 소설만 읽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쓰는 거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