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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금각사

by bravoey 2011. 8. 13.

오늘 아침, 금각사의 마지막 장을 다 읽고야 말았다. 하지만 다 읽고 난 내 머릿속은 텅 빈 듯하다.
첫 장을 열고, 버릇대로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책을 읽다가 결국 연필을 던져버렸다. 줄을 그어야 할 문장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문장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지 그 맛이 느껴졌다. 후루룩 스토리만 읽어나가는 소설이 절대로 아니다. 저 바락스럽게 생긴 얼굴에서 어떻게 이런 작품이 새겨졌을까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 작품을 몇 번이고 읽었다고 하는데, 그럴만도 하다. 그리고 그의 문장도 미시마의 문장을 닮아있다. 고르고 섬세하다.
이 작품에 대해서는 문장 이상을 아직 모르겠다. 솔직히 작가가 숨겨놓은 연결고리도 발견하지 못한채 문장만 만지고 끝에 와 버린 기분이라서, 뭐라고 더 쓸 말은 없다.
내 머리를 내려친 두번째 책. 하지만 다 읽은 것은 아니다. 다시, 읽어야한다. 딱 두 번을 더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천천히, 1장씩 음미할 이야기, 음미할 문자들이 가득하니까. 세번째 읽으면 다시 이야기를 남겨봐야겠다.
다시 읽으면 그 때는 몇 줄이나마 남길 수 있을까. 금각의 아름다움을, 미조구치가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제 손으로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금각이 보여주는 생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임제록>의 그 말이 필요하다. 작품을 대할 때 뿐 아니라 삶의 모든 태도에서도.


"안으로 향하여 밖으로 향하여 마주치면 즉각 죽여라." ... 그 최초의 한마디는 그런 것이었다. <임제록> 시중(示衆)의 유명한 구절이다. 말은 잇달아 거침없이 나왔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상을 만나면 조상을 죽이고, 나한을 만나면 나한을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친족을 만나면 친족을 죽여서, 비로소 해탈을 얻노라. 아무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투탈자재(透脫自在) 해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