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日記

오, 계절이여

by bravoey 2011. 9. 5.

1.

꿈에 붉은 매화를 보았다. 내 손 안에 몰래 들어온, 그 가느다란 가지에 분홍빛 꽃 몇 송이. 
나를 잡아주면 좋겠다고 주저없이 말하는 듯 했던 그 매화꽃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내 마음은 가난하고 어두웠지만, 매화의 붉은 빛은 밝았기 때문이다.
나는 꿈처럼 그 붉은 빛을 보았다. 도무지 현실에서는 잡아볼 수 없었기에.
그리고 내 삶의 여름은 지난 뒤였다.

2. 

립스틱을 하나 샀다. 대학 때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밝은 오렌지색을 샀다. 마음이 밝아졌으면 했다.
별 효과는 없었다.
다만 하루종일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나마 그거라도 지워질까봐.
미움과 그리움은
그래서 내 목소리로 변하지 못하고, 거기 머물러 있다.
그렇게 가을을 맞이할 생각이다.

3.

오 계절이여, 오 성곽이여!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랭보, 헛소리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