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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

현(絃)

by bravoey 2011. 9. 23.

1.

얼마전 첼로 현(絃)을 만지다가 낭패를 봤다.
어설픈 튜너로 음을 맞추려다 보니 다 헝클어져 버렸다.
처음부터 맞출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냥 연습해 보려고 했지만, 영 달라진 음에 첼로를 다시 넣었다.
작은 변화에도 현은 금새 음을 잃는다.
현이 헝클어진 채로 그냥 연습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사는 모양도 그런 적이 많았다. 헝클어진채로 그저 달려가는.
그러지 말걸.

2.

튜너와 메트로놈 기능이 있는 튜너를 큰 맘 먹고 구입했다.
똑딱똑딱 메트로놈은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이제 나는 그 규칙에 맞춰 현 위에서 놀면 되는 일이다.
생각만큼 쉽지 않지만
정말 자유롭게 현 위에서 놀고 싶다면 규칙을 익혀야 한다. 규칙이 몸에 익으면 뛰어넘는 건 쉽다.
규칙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규칙이 능숙해졌기 때문에 규칙을 놀릴 수 있다.

나를 놀려먹던 누군가의 규칙을 최근에 알아냈다. 당신의 규칙에 나는 철저하게 위반될 것이다.
그것이 나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3.

연일 야근에 업무폭주다.
밤에 한 줄 글 쓰는 일도 힘들다. 그만 머리 굴리라고 몸이 말한다.
몹쓸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