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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불편한 육아생활

아이는 놀아야 아이다

by bravoey 2014. 4. 9.

 

 

 

 

편해문씨 강연이 한살림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하루 전에 듣고 부랴부랴 신청했다. 당일에도 강연장이 꽉 차서, 과연 그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으로 보다가 처음 직접 뵈오니 왠지 옆집 까칠한 언니같았다. 머, 머리스타일도 그렇고...^^

 

----<강연내용 요약>----------------------

 

<지각대장 존>이라는 그림책의 내용을 토대로 진행된 강연. 존의 등교길, 존을 대하는 선생의 태도, 등교길에서 만난 동물들의 이야기는 단순하지만 그 안에 존 버닝햄이 왜 그림책을 그리는지가 담겨있다고 했다.

 

특히 선생님의 불량한 복장(?)을 짚으며, 아이 앞에서는 당신이 어른이라는 계급장을 내려놓아라, 당신은 아이의 호구 일 뿐임을 지적! 선생님이 아이가 늦자 소리를 지르며 펄쩍 뛰는 모습을 짚으며, "아이들에게 큰 소리를 내면 아이들이 알아들을 것 같죠? 아이들에게는 그 소리가 안들려요."

 하는데 얼마나 뜨끔하던지. 고작 6개월짜리 아들에게 가끔 짜증이 큰소리를 내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다. 그래, 그게 뭘 알아듣겠냐. 내가 내 분을 못이기는 게 어리석은 일이다 싶었다.

 

 

또 그는 아이는 도를 깨우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아이에게는 오로지 현재만 있을 뿐, 초지일관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란다. 선생님이 아무리 혼내도 존은 늘 같은 등교길에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온다. 밝고 평화롭다. 어제 혼났으니 오늘 일찍 가야해 이런 건 없다. 그러니 아이의 이런 모습을 잘 알고, 아이를 어른의 틀 - 과거를 자꾸 생각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 에 가두지 말고 아이의 현재를 잘 만져주라고 한다. 아이는 어른이 어떤 생각을 하든 초지일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10살, 한글을 깨우치면 아이들에게 어른이 뭘 하려는 건 끝났다고 보시면 된다며 그 때까지 그저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라 했다.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아이는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어른들에게 알려주는 게 그림책의 존재 이유라고 그는 말한다. 놀다가 정신팔려 애가 뭘 잊고 오면 오히려 칭찬해주라고 한다. 잃어버리고 왔다고 칠칠치 못하다 혼내지 말고 잃어버린 걸 다시 함께 가서 찾아오면 된다고, 칭찬해주라고 말했다.

 

요즘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들이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알고 있냐고 던진 질문. 그 답은 "사고 싶다" 였다. 아이들은 사고 싶다는 생각, 뭘 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찌나 아찔하던지. 그 아이들이 그리 사고 싶다는 생각에 빠진 건, 아이들 탓이 아니라 아이들을 둘러싼 세상의 '사라'는 주문(광고), 그리고 사는 삶에 익숙한 어른들(부모 포함) 때문 아닌가. 뭔가 마음이 철커덕 했다. 아, 이 저주받을 도시! 시골로 가야하나? 그는 아이들에게 무언가 사주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사주는 순간 아이들은 망가진다고. 무언가 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그는 아이를 흙에서 놀게 하고, 자연으로 보내고, 숲유치원이나 대안학교 보내는 것을 이야기 한다. 도시의 엄마들이 아이 흙에서 놀게 한다며 데리고 가서는 애는 흙에 놓고 자기는 손에 흙 묻히기 싫어하는 모습을 지적! 자연에서, 숲에서 놀게 하려는 어른들 당신들은 자연에서, 숲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 수 있냐고 묻는다. 그리고 숲, 자연에 어른이 못하는 것을 맡겨버리지 말라고 한다. 부모가 숲이고 생태다. 숲과 생태가 아이들의 전부를 만들지 않는다. (전두환씨도 숲유치원 비슷한거 나왔대요 ㅜ.ㅜ)

 

아이들을 속세로 보내라, 속세를 살아내도록 도와주라고 말한다. 왠만한 아이들과 잘 어울리도록 키워야지, 한살림 아이들끼리 따로 놀고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들은 좌절하고 실패하며 자라게 되어있다고, 그걸 어른들이 언제까지 막아줄 수 있겠냐고. 아이들이 밖에 나가서 상처받고 오면 집은 그 상처를 보듬어줄, 균형을 맞춰줄 곳이 되어주라고 한다. 부모가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부모는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면 더 이상 해 줄 게 없다고 그는 말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않고, 혹은 못하며 그저 눈물만 뚝뚝 떨구게 하지 말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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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노는 방법에 대해 들으려 했던 내가 몹시 부끄러웠다. 노는 방법조차 애한테 가르치려 들었다니, 정말 나쁜 엄마다. 애는 안 가르쳐줘도 알아서 논다. 담영이는 장난감이 아니라 엄마가 만지는 걸 좋아한다. 리모콘, 연필, 책, 부엌조리기구들, 청소기와 화장실 슬리퍼. 내가 아이의 놀이터가 되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하고 있는지 고민이다. 흙 묻히고 자연에서 아이와 함께 구르고 놀 수 있는 엄마인지도!

아이가 하는 이야기, 행동들을 내 틀이 아니라 아이의 시선, 아이의 현재에 맞게 볼 수 있을지. 나는 나 자신의 생각이나 틀이 강해서 아이가 그런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걱정이었다.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를 너무 받아주기만 할 것 같아 걱정이고.^^

강의를 듣고 우선 거실에 있는 그나마 얻어왔던 장난감을 좀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 아이에게 뭘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많이 버려야 겠다는 것, 담영이가 화장실 바닥을 기고, 베란다 흙화분을 던져도 담영이가 행복하다면야 하고 넘어가줄 것, 나부터 도를 닦아야 쓰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얘를 키울까 지금부터 걱정하지 말자고 다짐. 아이를 믿자. 스스로 강하게 자랄 것이다. 믿자,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