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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tivist/불편한 육아생활

포대기

by bravoey 2013. 12. 31.

아주 어릴 때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잊게 되지만 그래도 몇몇 장면은 기억에 남는다. 그 중 하나는 엄마가 자주 매 주었던 빨간 포대기다. 그 포대기의 모양과 색깔이 이상하게 기억에 선명하다. 그리고 편안하고 따뜻했던 기억도.

 

업혔던 기억이 편안하다는 것은 업히지 않았을 때는 불안했음을 뜻하는 것일까? 울던 아이가 안아주고, 업어주면 울음을 그치는 모습을 보면 무엇이 그렇게 불안할까 싶다가도, 불안해 할 '무엇'이 아이에게 얼마나 있겠는가 생각한다. 그저 불안한 것이다. 깜깜하고 따뜻한 뱃속에서 밝고 추운 세상에 나왔으니 그저 본능적으로 불안한게지.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많이 안아주라는 '애착육아'가 필요한 것 같다.

 

 임신했을 때 <전통육아의 비밀>을 읽으면서 꼭 '애착육아'를 하겠다고 생각했다. 별다른 방법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많이 안아주자고만 생각했다. 작은 소리로 울기 시작하면 안아서 흔들흔들 해주고, 이쁘다고 안아서 여기저기 보게 해 주었다. 힘들긴 했다. 수면교육이니, 수유간격 맞추기니 이런 걸 해야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자연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은 대부분 애착육아를 선호했고 나 또한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아서 잠을 재우던 그 어느 때부턴가 애가 '손이 탔다'는 말을 많이 듣기 시작했다. 애가 울어서 안아줘도, 안아서 잠이 들어도 그런 말을 들었다. 우리 애만 그러나 싶어 여기저기 다 찾아봐도 안지 않고 잠드는 아이는 몇 되지 않았다. 놀다가 스르르 잠들었더라는 누군가의 글보다 안지 않으면 잠들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훨씬 많았다. 어떤 아이는 바닥에 내려놓으면 우는 아이도 있단다. 그건 그 아이가 잘못 되거나 '손을 탄'게 아니라 아가들이 원래 그런 것이었다. 아이는 불안하니까 엄마의 품을 찾는게 당연했다. 세상에 손타지 않은 아이가 있다면, 그건 아마 로보트 아닐까? 안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잠들고, 스스로 놀고. 효자 로봇. 손탄다고 말하던 울 엄마도 결국 애 울면 다 안아서 재우더라. 손 태우면서 뭘 손 탄다고 잔소리를.ㅋ

'손탄다'는 말은 어린 아가에게는 맞지 않다. 어린 아가들은 손을 타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자라나기 때문이다.

 

<전통육아의 비밀>에서 애착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결심했던 건, 포대기를 꼭 쓰자는 것이었다. 책에서 접한 이어령씨의 포대기에 대한 글이 마음을 확 끌어당겼다. 아이가 포대기에 업혀 엄마와 같은 시선에서 어깨 너머로 세상을 배운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어깨 너머로 요리하는 것, 세탁하는 것, 바느질하고 청소하는 어머니의 가사와 집안 구석구석을 다 구경한다. 나들이를 갈 때면 바깥 풍경은 물론이고 동네 아줌마의 얼굴과 목소리를 익힌다. 서양 아이들은 요람에 누워서 아무것도 없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 때 우리 아이들은 엄마의 등에 업혀 세상을 보고 듣는다.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어머니의 어깨 너머로 미리 느끼고 배우는 현장학습이다.

 

- <전통육아의 비밀>, 96p

 

그리하야 꺼내든 포대기! 애착육아의 상징, 포대기 매기 도전!

애 잡을 뻔 해가며 5회 도전 끝에 삼룡이처럼 매긴 했으나 정담은 자꾸 삐뚤어지고-

아기띠하면 싫다 꾸물대고 우는데 포대기에서는 잘 논다. 담영이가 아직 작아서 포대기 매기가 쉽진 않지만, 아기띠는 애가 엄마만 보게 해서 얼른 포대기 하고 싶었더랬다.

업고 글 쓰고 뒤를 보니 입벌리고 취침 중이신 정담.

 

정담영~ 이제 포대기에 업혀 엄마가 보는 세상을 함께 보자! 으잣!

 

 

<엄마 핸드폰을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