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후 아기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들과 자기계발 모임을 꾸린지 석달이 되었다. 작년 12월 31일일 첫 만남을 시작으로 1월 말, 2월 말 이렇게 총 세 번의 모임을 가졌다. 그 사이 우리는 2014년 목표를 세웠고, 드림보드를 만들었고, 올해 마지막 날의 일기를 미리 써 보았고, 매달 그 달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각자 실천하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첫 달은 모두들 헤맸다. 아직 새해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기도 어려웠고, 이 목표가 내가 원하는 목표인지도 분명치 않았다. 마음이 어중간한 상태에서 일상에서 무언가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실천이란 에너지의 집중을 요하는데, 마음이 이리저리 분산된 상태에선 에너지 역시 갈 길을 잃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각자의 일상에서 치열하지만 정신없는 한 달을 보내고 드디어 두 번째 모임을 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 첫달의 성취와 시행착오를 돌아보면서 우리는 좀 더 분명해졌다.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다소 과한 목표를 세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우리를 멈추게 하는 내적 외적 장애물도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달성률을 높이려면 일상에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깨닫게 되었고, 두번째 달의 목표는 보다 현실적으로 세울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달이 지나고 세 번째 만남. 우리는 다시 올해의 끝, 그리고 인생의 끝을 생각했다. 오늘과 지금에만 코박고 있을 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또 보이기 시작했다. 전 인생을 통틀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각자의 인생에서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올해를 어떤 모습으로 끝맺음하고 싶은지..이런 그림들을 그릴 수 있었다.
이제 다시 흩어져서 세번째 달을 보내고 있다. 나를 포함하여 총 10명의 엄마들, 집에서 아기만 키우고 있기엔 다들 너무나 능력있고 또한 열정 넘치는 이들이다. 많은 엄마들이 애 키우는 것만도 벅차고 진이 빠진다고 하는데, 이 엄마들은 애도 잘 키우고, 더 멋진 아내도 되고 싶고, 또 더 훌륭한 '나'로 거듭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목표도 다들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본은 서너가지씩의 굵직한 목표들을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우쿨렐레를 연습하고, 어떤 이는 영어 동화책을 몇 백권 읽겠단다. 어떤 이는 남편을 있는 그대로 보겠다 하고, 어떤 이는 10키로를 감량하겠단다. 어떤 이는 가정경제를 잘 꾸리고 싶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새벽마다 책을 읽겠다고 한다. 참 가지각색의 아름다운 목표들이다. 그리고 모두들 두달 넘게 성실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 모임을 이끈 것은 나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도 나였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고, 아무런 보상도 없는 일이지만 이 모임을 하면서 내 안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을 느꼈고, 작년과는 질적으로 다른 삶을 경험하고 있다. 그래서 감히 이제는 이렇게 주장하고 싶다. "엄마들이야말로 자기계발이 필수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 이유를 세가지 정도 정리해 보았다.
1. 자기주도적인 아이를 원한다면, 엄마의 주도적인 삶의 자세는 필수이다.
자기주도학습(이하 자주학)이 한창 열풍이 불었다. 지금은 조금 가라앉은 듯 보이지만, 여전히 자주학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헌데, 안타깝게도 자주학에 대한 관심이 기껏해야 학습기술을 습득한다거나 입학사정관제 프로필을 채우는 데 그친다는 점이다. 21세기는 평생학습시대이고 100세 시대이다. 그리고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이런 세상을 오래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스스로 공부를 찾아서 하는 능력은 필수이다. 이미 셀러던트들이 흔해졌다. 우리 아이들은 여러 직장은 물론 여러 직업에 적응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런 조건에선, 자기에게 필요한 공부를 스스로 찾아서 해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자기주도학습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것인가? 여러가지 방법과 단계가 있지만, 그 첫 단계는 부모가 먼저 자기주도적으로 사는 것이다. 지금 영유아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아직 특별한 무언가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엄마 스스로 무언가를 배워나가고 시행착오를 겪고, 없는 시간 쪼개서 무언가에 집중하고, 작은 성취들을 일궈나가는, 즉 자기주도적으로 사는 모습은 아이에게 좋은 역할모델이 되어 줄 것이다. 몇년 간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닮아가기 마련이다. 사실 자기주도적으로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며 사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불시에 마주치는 여러 난관들을 딛고, 자기가 목표한 바를 어떻게 해서든 이루는 모습으로 아이가 살아가길 바란다면 말이다.
2. 자기계발을 통한 성취감은 육아를 더 즐겁게 한다.
없는 시간 쪼개고 쪼개서 무언가 배우려고 하니 더 피곤하긴 하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받고 괜히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짓 내가 왜하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은 큰 맥락에선 좋은 감정을 더 많이 유발한다. 뭔가를 배우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 실력이 쌓이고 발전이 보일 때의 성취감, 사람들이 대단하다고 인정해 줄 때 느끼는 가슴 벅참은,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이는 육아와 살림에 있어서도 더 열심히 임하게 되는 에너지가 되어 준다.
분명 육아는 힘들다. 하지만 육아를 하는 중에도 매일 두세시간 정도씩의 휴식이 주어지는데 이 때의 휴식은 보통 TV나 스마트폰, 게임으로 채워지기 쉽고 따라서 소모적이고 소비적이다. 이는 제대로 된 쉼을 주지 못하거니와 소모적인 시간소비에 대한 자괴감은 우리의 에너지를 더욱 갉아먹어 육아를 더 힘들게 만든다. 악순환이다. 반면 자기계발을 할 경우, 자기계발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육아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고 또 없는 시간 쪼개야 하므로 육아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하게 하고, 그러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자기계발에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을 그리게 된다.
그러니 엄마들이여, 애 키우기 힘들다고 애 자는 동안 늘어져 있지만 말고, 뭔가 배워보자. 뭔가 도전해 보자. 하루 한시간씩이라도 일년이 모이면 365시간이 된다. 이 시간은 블로그에 365개의 글을 올릴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동영상 강의를 365개 들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적어도 50여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 생산적인 활동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줄 것이다. 그 에너지는 우리의 육아를 더 활기차게 만들어 줄 것이다.
3. 육아를 마친 후의 직업에 대비할 수 있다.
육아 전에 일을 했건 안했건 그 여부와 관계없이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소중한 자원들이다. 지금은 잠시 엄마의 역할에 매진하고 있지만, 엄마의 역할이 헐거워지는 시점에 가면 우리는 모두 일을 해야 한다. 꼭 돈 버는 일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봉사나 재능기부도 좋고, 직장에 취직을 하지 않더라도 각자가 가진 작은 재능으로도 소소하게 일을 벌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100세 시대이다. 엄마와 아내만 하고 살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 아직은 다이아몬드 원석에 불과하지만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서 수천, 수억원의 보석으로 탈바꿈 할 수도 있다.
육아를 마친 다음에는 반드시 일을 하도록 하자. 우리 안에 있는 여러 장점 중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 보자. 그 일을 통해 소득을 올리려면 (혹은 적어도 성취를 거두려면) 수년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보석은 단시간에 다듬어지지 않는 법이다. 특히나 자신에 대한 탐색이 미진한 사람이라면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세돌 쯤 되어 보육기관에 보내게 된다면, 그 때는 그간 탐색한 한두가지 활동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실험하기 좋은 시기이다. 교육을 받고 필요하다면 자격증도 따고, 인턴십이나 파트타임을 해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몇년간 하루에 몇시간씩이라도 집중한다면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이면 꽤 괜찮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계발해서 일을 하는 엄마들은, 자신의 못 이룬 꿈으로 아이를 괴롭히지 않아도 된다. 부모의 반대로 미술을 그만두어야 했다고 해서 아이에게 미술을 진로로 택하라고 강요하는 엄마, 점수가 모자라 의대에 진학하지 못한 미련 때문에 자식에게 의대 진학을 강요하는 아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대인관계가 어려웠다고 자녀에게 대신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살기를 요구하는 부모, 이렇게 우리 주변엔 자신이 못한 걸 아이가 대신 채워주길 바라는 부모를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부모에게도 자녀에게도 괴로운 일이다. 부모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손에 넣지 못할 것이고, 자녀는 자신이 원하지 않던 삶을 사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적어도 이 글을 보는 엄마들은 부디 자신이 살고 싶은 인생을 자녀에게 강요하지 않길 바란다. 자기가 살고 싶은 인생은 스스로 만들어 내자. 그것이 예술을 하는 삶이든, 자기를 표현하며 사는 삶이든, 자유롭게 여행하며 사는 삶이든, 빡세게 공부하며 사는 삶이든..내가 원하는 것은 나 스스로 쟁취하도록 하자. 아무도 나를 대신해서 내 인생을 살아줄 수는 없다. 그것은 가짜 인생이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시작은 소박한 게 좋다. 하루에 20페이지씩 책 읽기, 일주일에 한 번 요가하기, 매일 30번 윗몸일으키기 하기, 하루 10분 영어전화수업 하기 등등....작은 시간, 작은 투자로 시작해 보자. 하다가 조금씩 양을 늘려가는 게 안전하다. 크게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되는 것보단 훨씬 아름답다.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단 한두명이라도 동지들이 있는 것이 좋다. 잘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고 잘하고 있는지 점검해주고 또 잘 안될 때 격려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아보자. 너무 친해서 변명과 합리화가 쉽게 통하는 사이라면 곤란하다. 적당한 거리가 있되, 변화와 성장에 열정이 있는 사람이 좋다. 1년 뒤가 달라지길 원한다면 오늘이 달라야 한다. 오늘 작은 시작으로 아름다운 변화를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