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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刀191

부끄럼 비빔밥 그릇은 부끄럼이 참 많아요 밥을 다 먹고 나도 얼굴이 빨개요 - 최명란 저런 투명한 시선은 어떻게 유지되는걸까? 비빔밥 그릇이 이제 예사로와 보이지 않을 것 같구나! 2011. 3. 31.
사랑을 만나게 되는 허겁지겁 허천난 듯해서 사랑을 만나게 되는 것이 아니다. 결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 게다가 '얻어오는' 마음이 필요하다. 다른 마음을 '얻어오는' 것이 필요하다. 멀어지는 사랑의 뒷등을 볼때서야 나는 그와 사귀는동안 이것이 모자랐음을 알게 된다. 사랑을 잃은 오늘 내 마음을 보아도 다시 얼뜨고 여전히 거칠다. 머잖아 또 망실이 있을 것이다. - 문태준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2. 5.
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꽃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 문태준 시 전문 찬바람 결에, 스치듯 그대를 보다. 당신은 걸어가고 나는 빈의자에 걸터 앉다. 2011. 1. 31.
2000년, 편지 은영에게 자취를 하고 몇 년 뒤 나는 세들어 사는 집 옆 텃밭에 불쑥 솟은 광고첨탑 위에 까치집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길조라 여겨지는 까치의 둥지틈에 나는 얼마나 위안을 얻었던지! 돌아보면 까치의 보금자리와 유쾌한 일 사이에는 비례관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날아드는 까치의 날개짓과 몇 마리의 새끼와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도 하루를 기분좋게 시작했던 것 같다. 시기와 우연이 있을 지언정, 결국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의 내부에서 정제되고 암시되고 사기를 얻는 것은 아니었을까? 힘들다는 자각을 안고 살아가는 것 자체도 두려울 때 이미 고독이나 권태는 사치스러운 것이 된다. 그런 나를 용감하게 만들고 싶다. 활동적인 에너지를 가지고 살아야 겠어. 생일이 구일이라고 알고 있다. 이 소포가 더 늦게.. 2011. 1. 3.
공짜밥 가난, 한부모. 낯설지 않은 말이다. 내 어린시절도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른 소원은 없었다. 부모가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 내 손으로 도시락 싸지 않고 싶다, 그냥 남들한테 보이지 않을 만큼만 부자였으면 좋겠다. 딱 세가지였다. 그런 소원은 차라리 상처였다. 가난은 추억도 되지 않고, 기억도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기억을 자꾸 늘리려는 현실을 보며 나는 어린시절처럼 화를 내고 있다. 사람을 돌볼 줄 모르는, 차가운 세상이 한없이 추운, 또 다른 어린 시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이 두렵다. 2010. 12. 24.
착함을 지킬 독함 사람이 착하기만 해서는 안됩니다. 착함을 지킬 독한 것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마치 덜 익은 과실이 자길 따 먹는 사람에게 무서운 병을 안기듯이, 착함이 자기 방어 수단을 갖지 못하면 못된 놈들의 살만 찌우는 먹이가 될 뿐이지요. 착함을 지키기 위해서 억세고 독한 외피를 걸쳐야 할 것 같습니다. 2010. 12. 9.
말로만 남자 찾는 여자 오랫만에 들어간 캣우먼댁. 이 칼럼을 읽고 우울한 기분 빵 터졌다. 마음에 인정하고 싶지 않던 이야기를 콕 집어내는 글. 어쩌랴, 이렇게 살았는걸. 자존심, 감정의 소용돌이. 두려운 걸 어쩌겠냐 하면서 그래도,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나인지도 모른다. 상처받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무장하고, 자신은 열려있는 척. 다 거짓말이다. 비겁했어.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존심 상한 어느 날을 뺀다면, 조금씩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 파사삭 깨져버렸으면 좋겠다. 말로만 남자 찾는 여자들 스카이 1124 말로만 남자 찾는 여자들 조만간 다이어리를 바꿔야 할 때. 한 해 동안의 다이어리를 쭈욱 훑다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오늘의 주인공, 열혈 커리어 골드미스들의 다이어리.. 2010. 11. 26.
당신에게 난 희망같은 거 몰라. 희망은 다른 사람이랑 공유하는거니까. 내 몸 속엔 욕망 뿐이야. 저 사람이 갖고싶다, 그런 욕망이 날 살게했어. 언젠가부터 그런 욕망마저 잃고 살았는데 너를 만나서 그걸 되찾았어. 욕망이 어떤 건지 다시 생각났어. 지금 내 몸 속엔 이기적인 욕망뿐이야. 살고 싶다는 욕망을 이렇게 강하게 느껴본 적이 없어.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19.
사랑이 아니어도 사랑이 아니면 또 어떤가. 순간은 태울 수 있으되, 영원을 훼손할 텐데. 수북하게 재만 남고, 인생이라는 벽에 난 큰 금을 어쩔 수 없다면 함께가 아니면 또 어떤가. - 이병률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0. 11.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