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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병원에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걸까? 뿌옇게 흐린 서울시내가 눈에 보인다. 바로 건너편인 대학로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해보인다. 이곳과는 상관없는 분주함이다. 나도 그 사이를 걸어본 적이 있지만, 오늘 같은 기분은 아니었다. 어깨에 돌덩이를 메고 있는 기분이다. 인생이 참 고단하다. 2011. 6. 6.
소리없는 아우성 철판위에 살아있는 낙지들의 몸부림이 갑자기 끔찍하다 생각했다. 산낙지, 많이는 아니지만 몇점씩 먹긴 했는데 어제는 도저히 건드릴 수 없었다. 뭐랄까, 낙지들이 소리없이 아우성치는 듯해 건드릴 수가 없었다. 이런 느낌은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조금 익혀내고 드디어 죽음을 맞이한 낙지를 확인하고나서야 먹을 수 있었다. 아, 기분이 이상했다. 고기 끊은지 어언 한달이 넘었다.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아직 막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가끔 길에서 나는 냄새에 현기증이 나도록 입맛돌때가 있다. 내 속에 생명에 대한 양심이라는 작은 싹을 잘 지키고 싶다. 아직 채식이라 하기에 미흡하지만 적어도 산 것을 죽여서 내 몸을 위하지는 말자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낙지를 보니 그나마 먹던 해물들도 어떻게 느낄지 .. 2011. 6. 5.
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의 독서법에 관한 책이다. 슬로리딩이라는 말이 와 닿았고, 일본 작가 중에 은근 존경하는 그이기도 했다. 과 은 지금 읽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슬로리딩은 막연히 천천히 책을 읽는 방법은 아니다. 자세히 읽는다는 개념으로 이해가 됬는데, 핵심은 책을 성과내듯 읽어치우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읽으라는 것이었다. 소설의 경우, 플롯만 허겁지겁 따라가는 읽기가 아니라 숨겨진 복선이나 인물의 행동 등을 유심히 살펴보고, 작가가 의도한 숨겨진 장치나 이야기를 밝혀내듯 읽자는 의미다. 뒷부분에는 구체적인 작품 내용을 예로 슬로리딩의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다. 소설을 쓸 때 가장 집중하는 부분은 플롯이다. 이야기 전개가 나 자신에게 설득이 되도록 쓰는데 신경을 쓰다보니 인물은 정형화되고, 문장은.. 2011. 6. 4.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 매년 그랬듯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이한다. 환경의 날을 맞이하는 마음은 ‘캄캄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2010년 12월부터 많은 생명을 죽음에 빠트린 구제역, 일본 열도를 공포로 밀어넣은 지진과 핵사고, 2009년 8월부터 강의 뭇생명 뿐 아니라 사람까지도 죽음에 빠뜨린 4대강 사업. 이런 일들이 일어난 원인이 ‘인간의 욕망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역효과가 이제는 부메랑처럼 되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생명을 위협하는 모양으로 말이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는 이들도 많고, 환경을 지키는 방법은 넘쳐난다. 하지만 필자는 방법이나 기술 이전에, 환경의 핵심인 ‘생명’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생명에 대한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는 어떤 마음과 자세.. 2011. 6. 3.
진전없는 글쓰기 앞에서 걱정하지마. 너는 예전에도 썼고 지금도 쓸 수 있어. 네가 할 일은 단지 진실한 문장을 쓰는거야. 네가 아는 가장 진실한 문장을 하나 써 봐.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5. 27.
선택 시작은 내가 했다. 끝도 내가 한다. 외로운 선택, 그 또한 내 선택이었다.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눈물을 쏟는 날. 꿈처럼 당신을 보고 달빛에 눈을 씻는다. 나의 문장은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에 맡겨두었다. 그 소리가 당신 귀에 들렸다면 기억해달라. 내가 못전한 말들이 울림으로 세상으로 흩어지는 소리다. 내가 다시 찾지 못할 음절의 울음이다. 2011. 5. 23.
소시지-만두 부대찌개를 저녁으로 먹다가, 소시지도 금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 아뿔사. 냉면 먹으러 갔다가, 냉면도 국물이 육수라는 사실에 아뿔사. 만두도 고기가 아뿔사. 아뿔사가 자꾸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3주차. 기운내잣! 2011. 5. 19.
빈자리 아침이었다. 딱지가 떨어진 자리가 아물어 아무 일 없던 듯 새살로 덮인 것처럼, 당신이 쑥하고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떨어진 딱지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오늘. 2011. 5. 14.
사랑 산도르 마라이를 접한 것은 어느 작가의 트윗에서 였다. 남겨지는 문장들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서 품절된 책을 백방으로 구해 얻었다. 솔직히, 절대로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박상륭씨의 소설 이후로 이렇게 공들여 읽은 소설은 또 처음인 것 같다.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은 베니스의 감옥에서 막 빠져나온 카사노바 '쟈코모'가 볼자노에 망명을 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편 지금의 아내 '프란체스카'를 놓고 한때 쟈코모와 팽팽하게 대립했던 늙은 백작 '파름므'는 그를 찾아와, 아직까지도 쟈코모를 잊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아내 '프란체스카'를 납치해 하룻밤 지내달라고 한다. 스쳐갈 사랑으로 인한 마음을 돌이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백작 자신과 가정에 충실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소설은 파름므 백작이.. 2011.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