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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일기 비가 많이 오는 날, 이 영화를 본 건 조금 실수였던 것 같다. 기분이 썩 좋은 영화는 아닐거라 생각은 했지만, 뒷맛이 영 씁쓸했다. 그건 뭐랄까,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 나는 전승철에게 '순정'을 바랬나보다. 친구를 배신하지 않고, 좋아하는 여자를 끝까지 좋아하는 그런 영화에서나 보여주는 순정. 그건 탈북자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르겠다. 탈북자 전승철의 남한에서의 고된 일상을 마치 다큐처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외국에서 날려주는(?) 상을 많이 받은 모양이다. 보러온 이들이 꽤 있었다. 각설하고,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전승철은 과연 길가에 쓰러진 개를 보고 어떻게 반응할까. 가서 끌어안을까, 그냥 지나칠까. 나는 그가 그냥 지나칠거라고 직감했다. 그가 머리를 자.. 2011. 5. 11.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전우익 선생의 말은 어렵지 않지만 어렵다. 이렇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고 무심히 내뱉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을 툭툭 내뱉는다. 그래서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삶을 어중간한 태도로 사는 것보다 어떤 확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것은 편견이나 편협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자기 생각을 다듬어가면서 생기는 자신감이자 주체성이다. 그래서 전우익 선생이 좋다. 옳게 '그 길'을 손가락으로 딱 가리킨다. 봉화에 사는 전우익 선생이 서울로 띄우는 편지로 구성된 이 책은 그의 농사짓는 이야기와 세상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담백하게 담겨있다. 특히 주요하게 말하는 노신의 이야기는 그가 생각하는 '민중'에 대한 생각을 잘 드러내준다. 그는 '우리가 얼마나 자립한 개인으로 서 있는지'에 대한 .. 2011. 5. 11.
사색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 사색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은 간혹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생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다. 또는 각자가 자기 주관의 미궁 속에서 한평생 방황하자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와 반대이다. 인생을 사랑하고 사악한 편견으로부터 생을 보호하자는 것이다. 빵과 서커스만으로 만족하는 그런 인간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릇된 주관이나 부정한 시대 정신으로 왜곡된 현실 - 어떤 범위의 소수에 의해서 약탈되고 독점된 현실을 진정한 원형대로의 현실로서 다시 회복하자는 것 - 그릇된 수많은 사회적 신화가 우리의 진정한 의식과 희망을 왜곡하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의 투철한 사고를 바쳐서 진정한 공화국, 곧 진정한 인생을 찾자는 것이다. 인식의 길은 어디까지나 철저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지 못하면 .. 2011. 5. 10.
욕망의 크기를 줄이기 고기를 참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지금은 고기를 좋아하는 나 자신이 조금 부담스럽다. 체중이나 건강의 문제라기보다는 내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담스럽다. 단지 먹는 것의 문제를 넘어 그것은 삶의 크기의 문제였다. 이제는 그 욕망의 크기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채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그 결심을 조금 굳혀본다. 그건 커질대로 커진 한 욕망에 대한 심각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아무리 원해도 가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내 욕망의 크기를 줄여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싶었다. 부디. 2011. 5. 3.
구제역, 나는 인간의 눈물을 믿지 않는다 - 전희식 참 힘듭니다. 언제 또 이런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글을 한 자도 못 쓰고 며칠을 끙끙 앓습니다. 글을 쓰기까지의 괴로운 심정이나 상념을 늘어놓는 글쟁이들을 혐오했는데 제가 그 꼴입니다. 원고 마감일 지나는 걸 시간마다 떠올리면서도 한 자도 못 쓰고 한숨을 쉬다가 오늘 새벽에는 잠자리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게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뭐라고 위로를 하건, 뭐라고 대책을 꺼내놓건, 뭐라고 변명을 하건 그들이 볼 때는 저 역시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몬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글이 무슨 소용이 있고 위령제다 천도제다 하는 행사가 다 무슨 짓일까 싶어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리가 겉모습으로는 영국인인지 프랑스인인지 구별 못하.. 2011. 5. 2.
봄빛, 슬픈 세상이 봄빛으로 눈부시다. 군데군데 물든 분홍물, 노란물이 가슴을 떨리게 한다. 그런데 당신을 보고 싶은 내 마음은 왜 이렇게도 슬픈지. 봄빛이 눈물에 다 녹아 세상으로 다시 흩어져간다. 참 잔인한 4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4. 29.
아빠에게 아부지, 작년 이맘때처럼 봄빛이 진한 4월이 다시 돌아왔어요. 아빠 가신지 1년째네. 아부지 가신 뒤로도 시간은 변함없이 흘렀고, 나도 동생도 엄마도 변함없이 살아가고 있어요. 무표정한 시간의 뒷모습을, 아버지를 보내고서 보게 되네요. 아빠가 전화해서는 "뭐하고 사냐"고 자주 물었었는데, 요즘 나는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를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쓸데없는 생각한다고 뭐라 하실테지만, 요즘 그렇네요. 많은 일을 하고 살지만 기억에서 사라지고,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고, 누군가를 좋아하지만 이 또한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것을 멍하니 지켜볼 뿐이고,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는 일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명료할 뿐이고. 슬프게도 나는 여전히 생각만 많지요. 일본에서 지진이 났어요. 그래서 핵발전소가 터져서 지.. 2011. 4. 22.
오늘의 세계분쟁 전쟁의 첫 희생자는 진실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서문. 전에 읽었던 이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까지 오늘날의 분쟁지역이야기를 세계정세를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책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 이란, 이라크를 비롯하여 발칸반도의 보시니아, 코소보, 쿠바나 동티모르, 미국까지 15개국의 분쟁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전에나 지금이나 나를 찌푸리게 하는 것은 시에라리온의 도끼 내전. 쿠바의 관타나모 이야기는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과 맞물려 또 새롭게 접할 수 있었다. 아름답다고만 알려져 있는 보스니아 내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제분쟁의 주역, 미국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들의 오만한 제국주의는 결국 숫한 민.. 2011. 4. 13.
[강좌]아랍의 봄 그리고 민주주의 2003년, 이스라엘 키부츠로 떠난 단기선교를 시작으로 이어진 아랍지역에 대한 관심. 동경해 마지 않던 김재명 기자를 드디어 만난다. 떨린다. * 관심있는 분들은 답글이나 방명록에 글 남겨주시거나, 연락처 중 박은영에게 연락주셔요. 꼭 함께 들어요. 2011.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