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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記373

새해'지랄' 生花 얼마전 꽃다발 몇 개를 떠맡게 되어 집에 가져왔다. 원래 살아있는 무엇인가가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터라, 더더군다나 꽃다발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지라 괜히 집에 가져왔나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워낙 덩어리가 커서 꽃을 종류별로 다듬어서 되지도 않는 꽃병에 꽃아두었다. 화장실에 장미, 전자렌지 위에 국화, 방에는 카네이션과 이름모를 꽃들. 밤에는 왠지 그것들의 숨소리, 죽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아직 꽃들은 남은 봉우리를 피우기도 하고, 말라가기도 하며 '살아'있다. 나는 퇴근하고 집에 오거나, 아침에 화장실에 들어서서 그것들을 보면 묘한 기분을 느낀다. 살아있는 것의 묘한 기운이란. 잎사귀 하나에 맺힌 숨 이 공기를 타고 전해진다. 더욱 활짝 피는 그것들을 .. 2012. 1. 1.
채워가다 연말이건만 매일 밤 복잡한 꿈에 시달리다 새벽에 눈을 뜬다. 답답해서 숨을 몰아쉬며 벌떡 일어나 찬물에 세수를 한다. 왜 사소한 스트레스를 쉬이 털어내지 못할까, 왜 오지도 않은 앞일에 대해 걱정부터 하고 있을까, 왜 아직도 갖지 못한 것들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할까, 왜 늘 마음에 묵직함을 유지하려 드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을까, 내 안에 밝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나에게 없던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당신을 통해. 받아들이고 싶지 않던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당신이 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믿고 싶다. ** 서른 두 해가 가고 있다. 2011. 12. 27.
暗鬱 暗 눈물이 잦은 요즘이다. 내 속에 잠겼던 어둠이 속을 뒤집어 휘몰아친다. 혼자서 이불 뒤집어쓰고 우는 그 때야 말로 고독하고 고독한 순간이다. 누구도 봐줄 수 없고, 위로할 수 없는 혼자 겪어낼 수 밖에 없는 농도 짙은 외로움이란. 잊거나 지나쳐버리거나. 鬱 어설프게 번역된 외국 소설책 같이 알 듯하다가도 복잡하고 서투른 일상들을 읽어나가고 있다. 어디에 끝이라는 단어가 있을까 매일매일 찾아서 읽어보지만 끝이라는 단어는 아직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 앞에서 악을 쓰고 덤비기 보다는 포기하는 것이 내게 더 안전하다는 것을 일찍 알아버렸다. 새삼 악을 써보려고 해도 용기가 나지 않고 해보고 싶다는 의욕조차 금방 바닥난다. 마치 숙제처럼 살아가는 일상들에 질질 끌려간다. 그래서 끝을 .. 2011. 12. 10.
네 번째 신춘문예 응모 딱 일곱번만 해보자고 생각했다. 이번이 네번째다. 경향신문에서 되고 싶은 이유는 단 두 사람 때문이다. 조세희와 김소진. 이제 세 번 남았다. 2011. 12. 7.
잠식(蠶食) 좀처럼 잠을 잘 수 없다. 신경이 예민하게 솟아서 생각의 작은 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고 듣고 있다. 12월 초부터 치고 들어온 불안이 무엇을 먹었는지 기운을 키우고 있다. 그 기운은 아마 내 마음 깊은 곳 '어둠'을 조금씩 먹고 있는지도- 밝은 기운을 찾아보지만 더 큰 어둠이 시야를 막고 몸을 붙든다. 나 스스로 그 빛을 획득하기는 역부족이다. 어둠의 누에가 내 삶의 기운을 모두 먹어치워버린 듯. 내 안으로 밝은 빛을 받아들이라는 말. 그 방법이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2011. 12. 5.
1. 다 괜찮다. 나를 무시해도, 나를 믿지 않아도, 나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하지만 내가 상처받지 않았거나, 상처받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2. 이제 무엇을 해도 겁이 난다. 애써 누군가를 보려 하지 않아도, 애써 누군가를 잡으려 해도, 무언가에 애를 써 보아도, 상처받지 않으려는 것조차도. 그런 행동이 소용없기 때문이다. 한계에 단단히 부딪친 모양이다. 2011. 12. 2.
그냥, 사랑 아침에 열심히 땀을 흘리며 '우리 아이가 달려졌어요' 비슷한 프로그램을 하나 보았다. 인상깊었던 것은 엄마와 친밀감이 없는 딸아이에게 엄마와 친해지게 하기 위해 목욕 후 로션을 발라주며 엄마의 감정을 솔직하고 예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었다. 엄마와 몹시 친하지 않은 나는 그 장면을 보고는 몹시 어색했다. 엄마에게 나는 화풀이를 하거나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엄마는 내가 스물 여섯이 넘어서야 나에게 뭔가 따뜻함을 주려고 했다. 내가 너무 커버렸다. 엄마는 이제 돌봄의 대상이지, 의지의 대상이 아니었다. 원하던 때에 없던 엄마는 미안하지만 내게는 '의무'가 되어버렸다. 탓하고 싶은 마음은 많다. 하지만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알았다. 뭔가 풀고 싶은 마음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다만 내가 사랑받기 서투.. 2011. 11. 24.
흔적 * 내가 20년의 시간을 보냈고, 아빠가 그보다 더한 시간을 보냈던 충주집을 정리했다.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내내 썼던 일기장을 보내주었다. 나중에 나 읽어보게 하려고 숨겨놨단다. "네 편지들은 담에 집에 올 때 가져가." "무슨 편지?" "니 아빠가 '은영이 편지'라고 써서 정리해놨더라. 너 학교 다닐 때 친구들이랑 주고받았던 거." 엄마의 말을 듣는 순간, 공무원이었던 아빠가 정자체로 곧게 썼을 '은영이 편지'라는 글자가 기억나 울음을 꿀꺽 삼켰다. 혼자 외로웠을 아빠는 그 편지들을 읽으며 조금은 웃었을까. 그랬다면 좋겠다. 내가 웃음 줄 일이 별로 없었으니 그거라도 즐거운 일이었으면. 아빠, 보고싶다. **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건,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늘 언제나 있.. 2011. 11. 11.
위선 용기있는 척, 당신도 용기를 가지라고 말한다. 쿨한 척, 내가 잘못했으니 이제 그런 일 없을거다. 괜찮다, 한다. 무슨 일이 닥치면 쉽게 남탓하며 피해버리고 마음에 온갖 상처를 다 입고는 혼자 진탕 울고 자기보호를 위한 어리석은 벽을 쌓아올린다. 입닫아라, 박은영 이 병신아. 내 자신이 참 못났다. 오늘은 나를 좀 미워하고 싶다. ** 이런다고 , 왜 그렇게 부정적이냐고 충고는 그만 들었으면 한다. 위로가 더 절실하다. 2011.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