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記373 선택 시작은 내가 했다. 끝도 내가 한다. 외로운 선택, 그 또한 내 선택이었다. 후회하지 않기로 한다. 저물어가는 노을처럼 눈물을 쏟는 날. 꿈처럼 당신을 보고 달빛에 눈을 씻는다. 나의 문장은 바람에 흔들리는 종소리에 맡겨두었다. 그 소리가 당신 귀에 들렸다면 기억해달라. 내가 못전한 말들이 울림으로 세상으로 흩어지는 소리다. 내가 다시 찾지 못할 음절의 울음이다. 2011. 5. 23. 빈자리 아침이었다. 딱지가 떨어진 자리가 아물어 아무 일 없던 듯 새살로 덮인 것처럼, 당신이 쑥하고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떨어진 딱지가 어디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 오늘. 2011. 5. 14. 봄빛, 슬픈 세상이 봄빛으로 눈부시다. 군데군데 물든 분홍물, 노란물이 가슴을 떨리게 한다. 그런데 당신을 보고 싶은 내 마음은 왜 이렇게도 슬픈지. 봄빛이 눈물에 다 녹아 세상으로 다시 흩어져간다. 참 잔인한 4월.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4. 29. 채송화 낮과 저녁, 밤의 색이 다르게 보이는 채송화. 답답한 마음을 풀어놓으니, 엄마가 기분전환이 될거라며 떠나는 내 가방에 넣어준. 지금은 과연 꽃이 피어오를까 싶게 낯설고 조용한 모습이지만 꽃을 바라는 마음으로 물을 주고, 내 마음을 들려준다면 꽃을 볼 수 있겠지. 참, 기쁘겠지. 그 꽃과 함께 내 안의 겨울이 가고 봄이 왔으면 좋겠다.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는 봄. 2011. 3. 30. 동백꽃순정 봄눈 내리던 밤 바라만보았지 그대 떠나가던 길 날 기억하는지 가끔 생각나는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이젠 말할 수 있는데 - 정원영 곡 생각할 수 있다면 그래,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3. 24. 3월의 눈 1. 아침에 일어나면서 나는 '내 마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그래, 내 마음. 나 자신을 흔드는 것의 정체는 분명했고,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었다. 선택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 성급하든 아니든 문제는 대상이 아니다. 그 대상은 나에게 어떤 말도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난 대상의 의도를 모르겠고, 모르고 싶은 건 긍정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이 답답함, 이 우울함. 문제는 내 마음이었다. 내 마음에 따라 대상도 달리보이고, 내가 할 일도 달라진다. 내 적은 내 마음이다. 지금은 명백한 적이다. 나를 괴롭게 하고, 나를 궁지에 몰아넣는 적. 나를 행복하게도, 불행하게도 만들 수 있는 그, 내 마음. 내가 내 마음에게 지면, 나는 대상에게도 지게 된다. 지고 싶지 않다. 극단.. 2011. 3. 16. 알 수 없어요 봄이 온 줄 알았는데, 어릴 적 엄마의 빗자루질 만큼이나 매서운 바람이 불어 온 몸을 덜덜 떨게 만든다. 이웃나라의 소식도, 매섭게도 불안하다. 마치 우리 집에 지진이 난 것처럼, 매일매일이 불안하다. 내가 불안한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겠지. 불안함. 나는 행복한 욕망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그대로 두고 싶다. 아무것도 결론 내리고 싶지 않다. 그저 더 허우적거리고 싶다. 그것으로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아, 그래도 끝에는 마음없이 살고 싶다. 2011. 3. 15. 3.11 대화를 2/3 꾸역꾸역 읽었다. 운동을 이틀이나 못했다. 말린쑥물 향기가 익숙하다. 꿈이 잦다. 그리움도 잦아드는 듯 했다. 욕망에 대해 생각하며 절망을 준비한다. 가슴을 뚫고지나간 총알에 대해 생각하는동안 제 목숨이 사그라져가는 것을 잊어버린 한 영혼- 현의 떨림이 물방울처럼 귀에 맺히니, 심장 가까이에 더 두고 싶어졌다. 소리없는 그대를 보며 생각한다. 마음없이 살고싶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2011. 3. 11. 산길에 마음 털다 마음에 쌓인 먼지가 느껴질만큼 수북해지면 늘 이 곳을 찾았다. 행사때 말고는 늘 혼자 오게 된다. 아마 처음 본 천년은행나무이기 때문일까. 매번 이곳이 기억나 찾는다. 영국사는 변해도 이 나무는 늘 그대로다. 사람들의 소원이 수북히 걸려있다. 나도 하나 걸어본다. 노란 한지에, 무심하게. 욕심털어야 하는데, 나는 속물이 틀림없다. 살없는 나무의 거죽에 마음을 비벼본다. 천년을 살아온 나무에 위로를 나눈다. 시간을 살아낸 물들이 가지와 가지를 오가고 있겠지. 오늘의 해가 나무가 해를 보기 시작한 그 때의 해라는 걸, 나무는 알겠지. 존재는 시간의 증거다. 마음이 더 커졌으면 한다. 그를 사랑하기에 알맞게, 사람을 좀 더 끌어안기에 충분하게, 나 자신을 긍정하기에 넘치게. 지식의 넘침보다, 사람으로서 충분히.. 2011. 2. 19.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42 다음